(서울=연합인포맥스) # 요셉 병원장의 덕담= 영등포구 영등포동 423-57번지, 영등포역 인근 쪽방촌에 있는 무료 자선병원인 요셉 병원. 2003년 어느 날, 당시 이 병원에 이재용 상무가 봉사하러 찾아왔다. 병원의 설립자 선우경식(가톨릭 세례명 요셉)씨는 평양출신으로 가톨릭대 의대를 졸업하고 87년에 이 병원을 개원했다. 그는 노숙자, 알코올 중독자 등 의료혜택을 받을 수 없거나 버림받은 사람들을 무료진료하던 영등포의 슈바이처, '가난한 사람의 아버지'였다.

남루한 행려병자를 온종일 묵묵히 돌보던 이재용 상무는 밤늦은 시간에 병원장 방을 찾았다. 이 상무는 지갑에 현찰이 이것밖에 없다며 한 달치 봉급을 건네왔다. 그의 눈에는 물기가 글썽거렸다. 다음날 삼성의 CEO들이 병원을 줄줄이 방문해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낡은 컴퓨터를 새것으로 바꾸어 줬다.

당시 요셉 병원장은 "수많은 부자가 봉사하러 왔지만, 이재용은 달랐다. 종일 지켜보니 진심으로 약자들의 아픔을 공감할 줄 아는 따듯한 연민을 가진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겸손하고 똑똑한 후계자가 있어 삼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언하기도 했다. 이후 요셉 병원장은 모든 상(賞)을 마다했지만, 작고 직전에 호암상의 '사회봉사상'만큼은 수락했다. 젊은 이재용에 대한 좋은 인상, 그리고 삼성의 앞날에 대한 축복과 기대 때문이었다.

# 지인들과의 일화= 근자에 승지원에서 이재용 사장은 지인들과 소모임 행사를 열었다. 하루는 이재용 사장이 파트너로 여동생인 이부진 사장을 데려왔다. 독신으로 손님을 맞을 수 없다는 전통적 가족 문화와 참석자들에 대한 배려 때문이었다. 주변의 재혼(再婚) 권유에 대해 이 사장은 "어머니 아버지의 눈높이에 맞추기 어렵고, 혼자 지내는 게 편하다"고 말한다. 한편 이 자리에 불려온 이부진의 예의도 남달랐다. 그녀는 참석한 지인들에게 작은 선물을 준비하고 메모카드까지 한 장 꽂았다. 글귀 내용은 이랬다. '제가 참석해야 할 자리가 아닌 것 같은데 재용 오빠가 불러서 왔다. 저의 등장이 결례될 것 같아 마음이 쓰인다'. 지인들은 세심한 마음 씀에 그녀가 어떤 비즈니스를 해도 성공할 것이고, 인간적으로도 제대로 훈련받은 '된 사람'이라는 호의를 가졌다. 사회 일각에서 바라보는 '싹수없는' 재벌 3세는 아니었다.

이재용 사장을 개인적으로 아는 사내ㆍ외 대부분 사람은 이구동성이다. "모든 면에서 모자란 게 없는 훌륭한 인물이며, 이병철, 이건희 회장과는 달리 따뜻한 피가 흐른다". 하지만, 최근에 이런 이재용 씨가 사장으로 근무하는 삼성전자가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조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자료를 은폐했다는 소식이 들려 뒷맛이 씁쓸하다. 회사 내부에서는 법무팀의 내부 매뉴얼에 따라 대응을 잘했다는 평가가 나왔다고 하는 모양인데, '글로벌 삼성'의 이미지에 금이 가게 하는 실망스런 후진적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요셉병원에서 봉사하던 아름다운 청년이 경영하는 이 회사가, 법과 공권력을 '발가락 사이의 때만큼'도 여기지 않았다는 게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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