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환율전쟁의 시대가 다시 돌아왔다. 유럽이 이달 초 금리인하와 자산유동화증권(ABS) 매입 등 과감한 완화정책을 쓰게 되면서 유로화 환율이 급전직하하고 있다. 비교적 조용히 지내던 일본은 최근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를 중심으로 추가 완화정책의 군불을 때고 있다. 유럽과 일본은 돈을 더 풀어서 환율을 떨어뜨리고, 수출 회복을 통한 경제살리기를 꿈꾸고 있다.

미국은 이와 반대다. 미국의 양적완화는 종료단계에 도달했다. 경제회복을 위해 최근 2년간 월 850억달러의 자산매입을 해왔던 연방준비제도는 다음달 통화정책 회의에서 양적완화 정책을 공식적으로 종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미국은 새로운 통화정책의 길로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기 탈출을 위해 썼던 비정상적인 정책을 버리고 정상적인 금리정책으로 복귀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는 향후 달러강세를 예고하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이러한 미국, 유럽, 일본의 통화정책은 환율전쟁의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과거 환율전쟁은 미국과 유럽, 일본 등 강대국 사이의 갈등인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미국은 쏙 빠지고 유럽과 일본이 치열한 전투를 벌일 가능성이 커졌다. 이 과정에서 피해를 입을지 모르는 신흥시장국 역시 환율전쟁의 대오에 언제든지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달러의 강세는 상수(常數)로 인정하고 나머지 국가들끼리 옥신각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달러 강세 분위기가 최소한 연말까지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을 제외한 나라들은 각자의 펀더멘털에 따라 환율이 차별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림설명: 최근 급락하고 있는 엔화와 유로화. 달러-엔(붉은선)과 유로-달러(검은선) 차트. 달러-엔의 상승은 엔화가치 하락을 의미하고 유로-달러 약세는 유로화 가치 하락을 뜻한다.>



달러-엔은 100엔 초반(5월초)에 머물다가 최근 107엔에 올라서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엔화 약세를 바라는 일본은 미국 덕택에 앉아서 재미를 보게 됐다. 그러나 엔화가 떨어지는 것만큼 유로화도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유로화는 1.39달러(5월초)에서 급추락해 1.30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엔화가 많이 떨어졌음에도 상대적으로 일본이 느끼는 체감효과는 크지 않다. 일본이 최근 추가 완화대책을 입에 올리는 건 이 때문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구로다 총재는 12일 회동했다. 구로다 총재는 아베와 만난 이후 "물가목표 달성에 난항을 겪을 경우 주저없이 추가완화를 하겠다"고 했다. TV프로그램에 출연해서는 "현재의 엔저 정책이 일본 경제에 충격이 되지 않는다"며 추가 완화책을 이용할 뜻을 내비쳤다.

구로다 총재는 이번 주에도 공개석상에 등장한다. 그의 말에 따라 엔화의 움직임이 들썩거릴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이번 주에 기자회견을 여는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말에도 귀를 기울여야할 것으로 보인다. 16~17일(미국 현지시간) 열리는 미국의 9월 통화정책 회의 후 옐런은 양적완화 이후에 펼칠 새로운 정책에 대해 설명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은 돈줄을 죄고 일본이 돈을 푼다는 게 확인된다면 달러-엔의 강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역시 국채매입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가지고 있어 추가 대책의 여지는 남아 있는 상태다. 유럽과 일본이 벌이는 환율전쟁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할 때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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