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진우 특파원 = "너무 호들갑 떠는 것 같은데?"

최근 고객을 `멍청이'라고 부른다는 내부 고발 때문에 구설에 오른 골드만삭스가 이번엔 자극적인 분석 리포트로 월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1일(미국 동부시간) 고객에게 리포트를 보냈다. 지금이 평생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주식 매수 타이밍이라는 내용이었다.

40페이지에 달하는 리포트는 온갖 데이터와 차트로 가득 차 있었다. 1900년대 이후 주식이 지난 20년간 채권에 비해 저평가됐다는 게 주장의 근거였다.

투자처를 고평가된 채권에서 저평가된 주식으로 바꿀 때라는 것이다.

리포트를 쓴 피터 오펜하이머 전략가는 "밸류에이션으로 본다면 향후 몇년간 본드에 대해선 '롱 굿 바이(long good bye, 오랜 이별)'를, 주식에 대해선 `롱 굿 바이(long good buy, 강력 매수)'를 해야 할 시기"라고 주장했다.

`롱 굿 바이'라는 동음 이의어를 동원하면서까지 주식 매수를 강조한 셈이다.

이 같은 골드만의 시각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동안 미 국채 가격은 상승세였다. 통화당국의 저금리 정책에 힘입어 금리가 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라 미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채권 투자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10년만기 미 국채 금리는 연 2.36%까지 올라 작년 10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억만장자 투자가인 윌버 로스는 이날 "10년 만기 이상의 국채에 엄청난 거품이 껴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적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스튜어트 리브 매니저는 "글로벌 시장에서 주식이 채권에 비해 대단히 저평가돼 있다"며 "경기순환주를 매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골드만은 리포트에서 주식 투자 위험 요인으로 긴축안, 은행 투자 감소와 소비 위축, 고령화 등을 예시했다.

하지만, 일본과 같은 장기 침체만 없다면 기업 재무구조 개선과 이머징 국가의 경제 성장 등이 주식 투자를 합리화시켜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구설에도 로열티 높은 부자 고객을 많이 확보한 투자은행이다. 골드만 삭스의 주장을 따른 투자자는 올해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보다 12% 높은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미국 경제방송인 CNBC에 출연한 한 애널리스트는 골드만의 리포트에 대해 "(주가가 많이 올랐는데) 좀 더 일찍 발표했으면 좋았을걸"이라며 여러 표현이 "과장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제프 콕스 CNBC 선임기자는 월가가 주식 매수를 주장하는 것을 일반 투자자들은 시장에서 나가라는 신호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월가는 그동안 매번 매수를 외쳤지만, 손해는 개인만 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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