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우리은행은 요즘 여유만만이다.

로봇청소기로 소위 잘나가던 중견기업 모뉴엘의 갑작스러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에 은행권은 7천억원 안팎의 돈이 물려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지만 우리은행은 모뉴엘과 관련한 손실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다른 은행들은 부풀려진 재무제표만 믿고 전혀 의심 없이 모뉴엘 대출에 열을 올렸다.

결과는 법정관리, 은행권의 대출금 회수는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2012년까지만 해도 모뉴엘의 주거래은행이었던 우리은행은 지난해 여름 대출금을 모두 회수했다. 이 때문에 우리은행은 금융권 안팎에서 은행의 리스크 관리가 무엇인지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우리은행은 KT ENS 사기 대출 후폭풍도 비켜나갔다.

최근 금융위원회의 한 간부는 우리은행 이순우 행장에게 전화를 걸어 "모뉴엘 대출금 회수는 정말 잘하신 일입니다"라고 격려하며 "어떻게 법정관리 신청에 앞서 대출금 회수를 결정하게 됐습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 행장은 "특별한 게 있나요"라며 "소가 뒷걸음치다 쥐 잡은 격이죠"라고 답했다.

이 행장 말대로 우리은행은 우연히, 그리고 타이밍 좋게 모뉴엘에 나간 대출금을 회수하게 된 것일까.

우리은행은 모뉴엘의 재무제표상 매출채권과 대출규모가 비정상적으로 늘고 있다는 점을 의심하고, 현장실사에 나섰다.

결국 모뉴엘에 대한 현장 실사 이후 우리은행은 대출을 연장하지 않고 회수키로 했다. `소 뒷걸음치다 쥐 잡은 격'이 아니고 책상에만 앉아있지 않고 현장을 확인했기 때문에 얻은 결과였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매년 50%씩 성장하던 모뉴엘에 대해 대출금을 회수하는 일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며 "그것도 전액 회수를 결정한 것은 앞으로 모뉴엘과 거래를 끊겠다는 각오가 아니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말했다.(산업증권부 금융증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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