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의 크레바스'는 직장에서 은퇴하고 나서 국민연금을 받기까지의 소득 공백기를 일컫는 말이다.

한국의 직장이라면 평균 퇴직연령인 50대 중반을 전후해 국민연금 수령이 시작되는 60세까지 5년 안팎의 기간을 소득의 크레바스에 빠져 지내게 된다.

그러나 앞으로 연금 수령 개시연령은 단계적으로 늦춰질 예정이어서 소득 공백기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

국민연금 수령은 연령은 내년에 61세로 1세 늦춰지는 것을 시작으로 5년마다 1세씩 늦춰진다.

이렇게 되면 2033년부터는 65세가 돼야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이어서 퇴직연령도 따라서 늦춰지지 않는 한 소득의 크레바스는 두 배 가까이 길어진다.

국민연금을 55세부터 조기 수령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 지급액이 크게 깎인다.

소득의 크레바스 기간에 재정적 어려움에 직면하지 않으려면 노후대비책을 제대로 세워둘 필요가 있는 셈이다.

그러나 최근 조사를 보면 현재 49~57세에 이르러 은퇴 연령기에 접어든 한국의 베이비부머(1955∼1963년 출생)들은 은퇴 후 준비가 낙제점 수준으로 나타낫다.

서울대 노화고령연구소와 메트라이프생명이 지난달 2일 베이비부머 3천783명을 대상으로 재정, 건강, 심리, 사회적 관여 등 4가지 영역을 지표화해 발표한 '메트라이프 통합은퇴준비지수(MIRRI)'에 따르면 우리나라 베이비부머의 점수는 100점 만점에 62.22점에 그쳤다.

영역별로는 사회적 관여(68.62점) 영역에서 점수가 가장 높았고, 재정 영역은 52.6점으로 준비가 가장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은퇴 후 필요자금을 계산해 본 응답자는 4분에 1에 불과했다.

26%는 은퇴자금 마련을 위한 저축이나 투자 계획을 생각해보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고,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3종 보장을 모두 갖춘 경우는 15%에 그쳤다.

경제활동이 가능한 생산가능인구 가운데 최고연령층인 55~64세 연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작년에 63.7%로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이런 사정과 관련이 있다.

노후준비가 제대로 안 돼 있다 보니 은퇴 후에도 재취업을 위해 일자리를 찾아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국제경제부 김성진 기자)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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