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 달 전에 뉴욕에서 열린 삼성전자의 '인베스터 포럼 2014'에서 이 회사 최고경영자 중 한 사람은 중국의 샤오미를 '(어떻게 수익을 내는지)미스터리한 존재'라고 말했다. 샤오미 돌풍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는데, 과연 깎아내릴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 같다.

무엇보다 소위 슈퍼급 인재의 동향이 문제다. 오늘날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차별화된 지식과 기술을 가진 S급 인재들은 자신의 헌신을 통해 번 이익을 기업 홀로 독점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낀다. 대신 이익을 참여자들에게 분배하는 기업에 열광한다. 대주주와 자본가들만 모든 것을 갖는 승자독식(Winner takes in all) 기업 시스템보다는 참여하는 만큼 이익을 공유하는 회사에 충성한다는 얘기다. 이들은 제품의 생산 단계에서부터 네트워크로 접속돼 개발과 마케팅, 판매에 이르기까지 주체적으로 참여한다.

이것이 극명하게 현실화된 것이 샤오미다. 이 회사는 단순히 제품 가격을 낮추고 발 빠른 유통에만 머문 제조회사가 아니라 엄밀한 의미에서 플랫폼 회사로 봐야 한다. 이 점이 삼성전자 최고경영진에게는 아주 낯설지도 모른다.

폰을 단 10개월 만에 10만 원대라는 혁명적 가격으로 출시한 것은 기존 제조업 공정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비밀은 '아웃소싱'과 '오픈소스'에 있었다. 제품의 생산 초기부터 참여자와 기여자들에 이익을 분배하고, 보상하는 이익공유가 근본 힘이었다.

반면에 제조 강자인 삼성은 이 모든 과정을 조직의 힘 안에서만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구조다. 물론 이익은 회사가 독점한다. 연말에 일부 직원을 임원 승진시키고 PS(Profit sharing)를 배분하지만, 회사나 대주주가 가져가는 몫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이 결과는 인력의 양과 질에서 큰 차이를 야기했다. 2천 명의 박사와 자발적으로 모여든 2만 명의 슈퍼급 박사가 대립하는 구도로 제조와 판매의 게임이 진행되게 한 것이다.

삼성은 2천 명의 엔지니어 박사들을 겨우 모았고 현재도 해외 취업설명회와 스카우트에 열심이지만, 샤오미는 가만히 앉아서 전 세계 최고급 인재들을 제 발로 찾아오게 했고 이를 앉아서 네트워크로 조직할 뿐이었다.

오픈소스는 제품의 소프트웨어에만 적용된 것이 아니라, 하드웨어를 생산하는 첫 계획 단계부터 실행돼 제조업의 패러다임을 바꿨고, 공유경제는 제품개발과 생산, 판매 전 과정의 형태를 뒤흔들었다.

예전에는 전 세계에 퍼져 있는 2만 명의 창의적 인간이 짧은 시간에 동참할 수단이 없었지만, IT혁명은 이를 네트워크 속에서 가능케 했다.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진 개인이 자본가 대주주와 이익을 공평하게 나누는 공유개념은 더 확산하면서, 결국은 주주중심의 자본주의의 패러다임에도 균열을 일으킬 전망이다.

이런 실험이 실패할 수도 있겠지만, 제2, 제3의 샤오미의 등장은 이어지고 진화를 거듭 할 것이다.

삼성전자가 새해에 직면할 도전의 핵심이 바로 이것이다. 현재의 하드웨어적 조직관리와 성과보수 체제, 폐쇄적인 모델로 운영되는 다른 한국의 중후장대 기업들은 말할 것도 없다.

(취재본부장/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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