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근 몇 년간 여의도에는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들이 대거 활약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기준으로 각각 81개, 87개사에 이른다. 조만간 각종 헤지펀드도 닻을 올릴 예정이다. 옥석이 가려지면서 많은 성공 신화가 등장할 전망이다.

"오너와 직원은 주가 등락을 대하는 태도에서부터 하늘과 땅 차이가 난다."

설립한 지 3년이 지난 한 자산운용사 오너인 A씨. 여의도에서 점심을 먹으면서도 수시로 태블릿 PC를 통해 시장동향을 쳐다보며, 과거 펀드매니저 시절과 현재의 오너의 생활을 '개와 늑대'의 차이에 비유했다. 그 스스로 종(種) 자체가 변했다는 얘기였다.

과거 매니저 시절에는 설령 수익률이 죽을 쑤더라도 걱정은 없었다. 성과보수만 포기하면 됐다. 매달 봉급은 꼬박꼬박 나온다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늘 앓는 소리는 했지만, 여름휴가도 떠나고 레저도 짬짬이 즐겼다. 조직과 직장이라는 우산은 비빌 언덕이었고 이는 사람을 순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운용사를 설립해 사장이 되고부터는 모든 게 달라졌다. 맞긴 고객 돈에 대한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처지가 되자 매일 꿈속에서도 납덩이 같은 중압감에 눌려 있다. 자칫 잘못하면 자신 전부를 잃거나 내놔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내몰렸다. 생존을 위해 모든 것이 죽기 살기 식이 됐다. 당연히 세상과 시장을 바라보는 태도도 전투적으로 바뀌었다.

'오너십'과 '에이전트'의 차이는 사람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과거 생활을 박차고 나온 것에 후회하지는 않았다. 그는 월급쟁이와 회사 주인의 삶이 겉은 늑대와 개처럼 닮았지만 속은 하늘과 땅만큼 다르다고 말했다.

야성(野性)의 존재 여부가 가장 큰 차이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생고기를 먹느냐, 주인이 던져주는 끓이고 익힌 고기를 먹느냐의 선택이다. 늑대가 생고기를 먹는 이유는 피 자체가 주는 에너지 때문이다. 요즘 개들은 사료를 먹는 지경으로까지 추락했다.

개의 삶을 선택하면 굶어 죽는 일은 없다. 목걸이의 구속이 있지만, 항상 주인 눈치를 보며 꼬리를 흔들며 충성한 대가는 안정된 삶이다. 반면 늑대의 길은 매일 매일이 생사가 결판나는 나날이다. 사냥꾼의 총에 맞아 죽을 확률도 높다. 추운 겨울 동안 사냥에 실패하면 굶어 죽는 일도 다반사다. 생존율 자체가 달라진다. '자유'와 '안정'은 그런 의미에서 냉정한 대차관계인 셈이다.

A씨는 앞으로 운용사나 자문사, 헤지펀드를 세우려는 준비하려는 이들에게 말했다. "한번 사는 인생에서, 광활한 대지에서 언제 죽을지는 모르지만 스스로 운명을 결정하는 '자유의 늑대'가 될 것인가. 주인이 주는 먹이에 순치된 편안한 개로 살 것인가. 당신은 늑대인가 개인가."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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