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강한 달러화 귀환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의 충격이 가시화되고 있다. 외국인들이 원화 자산을 대거 처분하면서 자산가격 하락과 달러-원 환율 상승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2월2일자 '강한달러의 파괴적 전망' 참조>

외국인들은 원화자산에 대한 포지션을 빠른 속도로 비우고 있다. 환율이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현대중공업 등 수출주에 대해서도 외국인의 매도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들이 환율하락에 따른 수출 기업 경쟁력 강화보다 보유자산 가치의 하락을 더 크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외국인이 환차손 우려를 바탕으로 원화 포지션을 지속적으로 줄이는 데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외국인의 원화포지션 정리와환율 상승세가맞물릴 경우 자본유출이 고착화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완성될 수 있어서다.

외국인이 글로벌 금융시장 환경이 변할 때마다 우리나라에서 우선적으로 포지션을 조정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은현금자동지급기(ATM)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유동성이 풍부하다. 외국인이 포지션을 정리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는 의미다.

◇외국인들 빠져나갈 구실 찾기 열중

외국인은 이달들어서만 국내증권시장에서 1조7천500억원대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위험자산인 원화자산을 일부 정리하는 수순으로 풀이된다.

이달들어 강한 달러 현상이 기조적으로 진행되면서 외국인들의 원화 포지션 정리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달러-원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환차손 우려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달 30일 종가 기준으로 1.115.50원에서 지난주말 기준 1,167.90원으로 5%나 올랐다. 원화 자산의 가치가 그만큼 하락한 셈이다.

달러-원 환율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점쳐져 외국인들의 원화자산 매도 행보도 강화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 등 외환당국도 불황형 경상수지 흑자로 쌓인 달러화를 해외로 퍼내겠다는 의중을 분명히하는 등 달러-원 환율 방어에 소극적이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 25일 뉴욕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도 1,171.50원에 최종호가되는 등 상승기조를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1,185원선을 넘어서면 1,200원까지도 달러-원 환율의 상단이 열리며 원화자산 처분의 빌미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달러-원 환율은 주봉 기준으로 이동평균선의 정배열이 완성되며 전고점 수준인 1,180원선까지 마땅한 저항선을 찾지 못하고 있다>

◇채권시장에서도 일부 외국인들 발빼기 시작

서울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105조5천억원 수준이던 외국인 원화채 보유잔액이 지난 22일 기준으로 102조8천억원 수준으로 2조7천억원이나 줄었다.

당국은 외국인 원화채 보유잔액 감소를 아시아지역의 일부 중앙은행들의 투자자금 회수 결과로 보고 있다. 미국계 투자자금 등이 빠져나가지 않아 아직 우려할 단계가 아니라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국고채 3년물 금리도 지난달말 연 1.793%에서 지난주말 1.706%로 안정적으로 움직이며 당국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당국이 상황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주부터 진행된 서울 채권시장의 강세는 외국인 선물 매수가 주도한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본격적인 현물매수보다는 숏커버 성격의 국채선물 매수로 대응하면서 시장 불안이 가중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9월에 연방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시사하면 분위기가 급반전할 수도 있다.

연준이 이자율을 인하하고 유동성을 공급하던 그린스펀 풋, 버냉키 풋 등에 우리는 너무 익숙해져 있다. 이번에도그리스 디폴트에 따른유로존 등의 위기를 빌미로 재닛 옐런 미 연준 의장이 금리 인상을 상당기간 자제하는 이른바 '옐런 풋'을 행사할 것으로 혹시 기대하는 게 아닐까.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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