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재계의 연말 인사 면면이 드러나고 있다. `조직슬림화'와 `오너 세대교체 준비', `기존 경영권 라인 강화'가 키워드인 듯 싶다.

삼성그룹은 승진자를 대폭 줄이고 임원자리를 축소하는 긴축경영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화학 및 방위산업 계열사를 모두 한화와 롯데에 매각한데 따라 임원 숫자를 줄였고, 금융계열사들의 임원자리도 상당부분 감축했다. 올해 비주력 사업부문을 연달아 매각하면서 인력까지 정리하는 후속 조치를 단행한 것이다.

전문 기관들은 올해 100대 기업 기준으로 사업재편에 따른 임원 숫자가 100~200명씩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도 마찬가지다. 은행의 경우 KB국민이 추가 희망퇴직을 검토하고 있고,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 역시 퇴직자를 모집하고 있으며, 우리은행도 `전직지원제'를 통한 인력 감축을 시도중이다. 당연히 임원급 축소도 병행된다고 한다.

증권업계에선 매각을 앞두고 있는 KDB대우증권이나 현대증권은 M&A 결과에 따라 대규모 감원 가능성이 있다.

오너가(家) 차세대의 승진과 전면배치도 눈에 띈다.

서울시내 면세점 운영권을 따낸 두산은 박용만 회장의 장남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을 면세점 전략담당 전무로 승진시켰고,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기획총괄부문장도 전무로 한단계 올랐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영업실장은 전무로,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의 여동생인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부사장은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으로 승진했다.

기존 경영층의 리더십 강화도 주목된다.

KT가 대표적이다. 사업 전반을 진두지휘할 매스(Mass) 총괄에 임헌문 부사장을 사장으로, 경영지원총괄에는 황창규 회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구현모 부사장을 사장 역할인 총괄로 승진 임명했다. 신임 비서실장과 홍보실장에도 황 회장과 같은 삼성 출신의 임원이 승진 발탁됐다. 이처럼 `황 회장의 사람들'이 전면 부상한 것을 두고 리더십 강화를 통한 위기 돌파 전략이란 해석을 낳기도 했다.

연말 인사를 들여다보면 대기업들이 내년 사업 전망에 대해 어떤 스탠스를 가지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조직을 줄여 몸집을 가볍게 하고, 내부 경영체제를 확고히 다지며, 오너가 차세대들을 전면배치한 것은 위기를 앞두고 전열을 정비하는 모습으로 비춰진다.

하지만 과도한 긴축과 조직정비는 경제를 살리는 데 있어 스스로 족쇄가 될 수 있다. 사정이 나은 대기업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비용절감과 인원축소를 단행할 경우 전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그것은 다시 자신들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될 것이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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