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제금융시장이 끝없는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주 국제유가는 한때 20달러 중반까지 추락했고, 미국과 유럽, 일본, 중국, 홍콩 등 주요국 증시는 중요 지지선을 무너뜨리며 끝 모를 하락세다. 증시 불안에 따라 환율과 금리도 들썩이는 현상도 전 세계 공통적이다.

통상 시장의 불안이 위험수위에 도달하면 정부가 나선다. 시장의 자율적인 조정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으면 정부 당국이 최종 조정자로서 개입하는 것이다.

지난주 통화정책 회의를 연 유럽중앙은행(ECB)은 3월 추가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슈퍼 마리오'로 불리는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추가완화 의지 표명으로 주식 등 위험자산은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에서도 중앙은행의 추가 완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그의 주변에선 추가완화 필요성이 꾸준히 흘러나온다. 정치권과 재계 등에서도 구로다 총재에게 결단을 내려줄 것을 암암리에 요구한다.

올해 네차례로 예정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도 수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발 악재와 국제유가 폭락으로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하고, 미국도 저물가로 인해 경제지표가 부진하게 나오는 만큼 금리인상 강도가 약해질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26~27일(미국 현지시간) 예정돼 있고 일본은행의 회의는 28~29일 열린다. ECB에 이어 BOJ와 FOMC 회의에서도 시장불안을 억제할 의미있는 정책 변화가 나타난다면 국제금융시장도 안정을 모색할 것이다.

브라질과 러시아 등 신흥국도 경제위기 해결을 위해 중앙은행의 금리인하 등 다각적인 대책을 모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위기에 빠진 시장을 구할 구원투수가 되려면 정부 당국의 지속적이고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 임시적 미봉책이나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단기처방으로 일관한다면 시장이 더 큰 소용돌이에 빠질 것이다. 과거 금융위기 당시 글로벌 정책당국이 했던 것처럼 힘을 모아 담대한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세계 금융시장 불안의 진앙지인 중국 정부가 현 위기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지, 그 대응책이 시장에 어떤 효과가 있을지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중국이 해외 투기세력을 다루는 과정에서 아직 미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개혁과 경기부양의 선택지 사이에서도 갈팡질팡하는 모양새다. 위안화나 홍콩달러 환율이 출렁거리며 주식과 금리 등 다른 자산시장이 동시에 불안해지고 세계 금융시장이 들썩이는 게 현재의 좌표다. 중국이 이런 악순환을 해결할 대책을 내놓을 수 있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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