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연의 전망대> 누구를 위한 성장인가
<배수연의 전망대> 누구를 위한 성장인가
  • 승인 2016.04.18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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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재정.환율.금리 등 매크로(거시) 경제 정책변수를 잘 관리하면 양극화가 해소될까.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을 얼마나 높여야 청년 일자리가 생길까.오는 19일 한국은행의 GDP 수정 전망치 발표를 앞두고 성장 중심 경제 운용의 효용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여소야대의 20대 국회의원 선거에도 일자리 없는 성장에 대한 젊은 유권자들의 성난 민심이 반영됐다고 한다.

우리 경제 관료와 학자들은 GDP라는 개념을 금과옥조로 여긴다. GDP가 성장해야 일자리가 늘고 국민들도 윤택해지기 때문이다. 한강의 기적을 일궜던 20세기의 우리 경제를 보면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정보화 혁명 등이 진행중인 21세기 경제구조에서도 유효한 개념인지에 대해선 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 20세기 성장공식 아직도 유효한가

GDP라는 개념은 러시아계 미국의 경제학자인 사이먼 쿠즈네츠(Simon Kuznets 1901~1985)가 고안했다. 그는 이 개념을 도입한 공로로 197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기도 했다. 미국 정부도 사이먼의 GDP가 대공황을 극복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공식 인정했다. GDP가 경제학 부문 20세기 최고 발명품이란 찬사를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는 한강의 기적을 일구는 동안 소비와 정부 지출보다는 투자와 경상수지의 힘으로 성장을 거듭했다. MB 정권 때 고환율 정책이 나온 것도 이런 성장 공식에 충실했기때문이다. 소비나 투자가 늘지 않는 상황에서 경상수지 흑자를 통해 성장률을 끌어올리려는 전략이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최경환 전 부총리는 경상성장률을 6% 이상으로 올리겠다고 공언하면서 20세기형 성장 패러다임에서 한발짝도 못나갔다.



◇경상수지 넘쳐나는 데 우리네 살림은 왜..

우리는 2014년,2015년 두 해 동안 2천억 달러에 이르는 경상수지 흑자를 거뒀다. GDP의 7%에 육박하는 천문학적인 흑자를 거둔 것이다.

경상수지 흑자가 쌓이고 있지만 가계는 여전히 빈털터리다. 가계의 구매력에 해당하는 환율이 기업친화적으로 운용된 결과다. 경기를 살리기 위해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라고 채근한 정부 탓에 가계는 부채가 무려 1천200조원 이르는 등 거덜이 날 지경이다.

어렵다고 엄살을 부리지만 기업은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 10대 그룹 기준으로만 500조원에 달한다. 전통적인 경제모델로 보면 기업은 돈을 빌리는 차입 주체였지만 요즘 기업들은 돈놀이를 할 정도로 돈이 많다. 그룹 재무실은 증권사의 집중 로비 대상이 된 지 오래됐다.

과거의 경제구조는 기업이 돈을 빌리고 이자를 금융기관에 지급하면 가계로 이자 수입이 환원되는 구조였다. 이제 한국은 더 이상 이런 모델이 작동하지 않는다. 빚쟁이 가계는 돈이 없어서 이자를 금융기관에 지급하고 현금을 쌓아 놓은 기업은 각종 금융상품으로 이자를 수취하는 기형적인 자금 흐름이 일상화되고 있다.



◇대기업 돈벌어도 일자리 만들지 못해

가계와 기업의 양극화 핵심 이슈는 일자리다. 고용유발 계수가 2013년 기준 10억원당 8.8명이다. 이게 1980년 36.9명, 1985년 26.7명, 1990년 20.3 명이었다. 1990년 대까진 기업들이 돈을 벌면 일자리가 늘어났고 가계의 살림도 윤택해졌다. 이제는 아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1.339, 1.800에 불과하다. 중국이나 미국 현지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현대차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일자리가 더 이상 늘지 않는다는 의미다.

쿠즈네츠는 이미 50년전에 성장률에만 경도돼 경제를 운용할 경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GDP라는 개념을 발명한지 30년만인 1964년 성장의 양과 질, 비용과 이익, 단기와 장기 이익을 확실하게 구분해야 한다며 GDP의 한계에 대해서 경고했다. '보다 높은 성장'을 목표로 한다면 '무엇을' 위해'어떻게' 성장시키려는 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했다. GDP에 반영되는 양적인 성장에만 경도되지 말고 삶의 질도 챙기라는 게 그의 경고였다. 21세기를 사는 관료와 여야 정치인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정책금융부장)

n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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