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 30대 직장인 A씨는 작년부터 서울 강남권에서 분양하는 아파트에 계속 청약하고 있다. 당첨된 뒤 계약 전 불법전매로 2천500만 원을 거저먹은 지인의 얘기를 듣고서다. A씨의 권유로 친인척들도 강남 아파트 청약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 40대 직장인 B씨는 최근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고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생각이 있으면 1천만 원에 분양권을 팔라는 불법전매 중개업자(떴다방)의 권유였다. 전매제한 기한이 풀릴 때까지 명의만 유지하면 계약금 등 필요한 자금은 매수자가 전부 낸다고 했다. B씨는 한 푼도 들이지 않고 1천만 원을 횡재한 기분이 들었다.

아파트 분양권 시장이 투기판으로 변질되고 있다.

프리미엄(웃돈)이 붙을 만한 소형 면적에서는 청약경쟁률이 100대 1을 넘기기가 일쑤다. 실수요자 중심으로 청약시장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자들이 몰리고 있었다.

◇강남·부산·대구 불법전매 빨간불

2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달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서 분양한 '래미안 블레스티지' 아파트는 고분양가 논란에도 1순위 청약접수 결과, 전체 317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총 1만660건이 접수돼 평균 33.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1만 건 이상 청약접수는 지난 2009년 이후 강남구 분양된 사례에서 최대치다.

서초구 반포동과 더불어 서울에서 가장 뜨거운 개포동에서 나오는 분양물량이라 단기 투기자들이 청약에 꽤 들어온 것으로 진단됐다. 6개월의 전매제한 기간이 있지만,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불법전매 문의가 성행하고 있었다.

현재 2천만 원~5천만 원의 분양권 프리미엄이 붙어있는데, 중개업소 현장 등에서 은밀하게 실제 거래가 이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30대 직장인 A씨는 "강남에 집을 마련할 형편은 안되지만, 반짝 부동산 호황을 기회로 삼으려 한다"며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강남권은 대부분 청약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불법전매는 부산과 대구 등에서 더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부산 연제구에서 분양한 '연산 더샵'은 1순위 375가구 모집에 8만6천여 명이 몰려들었다. 평균 경쟁률 229대 1이었다. 대구의 '범어 센트럴 푸르지오'도 483가구 모집에 3만4천여 명이 신청했다.

근래 몇 년간 꾸준히 오른 주택가격 부담과 집중된 공급물량 탓에 곧 부산과 대구 부동산경기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무색했다. 투기 세력이 활개를 치면서 '연산 더샵' 견본주택 인근에서는 새벽까지 '떴다방'이 성업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기존 집값 하락전망이 대세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투기자들은 고공 행진 중인 청약시장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불법전매, 분쟁소지 많아…주의해야"

불법전매는 6개월~1년 동안의 전매제한 기간 안에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다. 아파트 분양계약은 당첨자가 하고, 청약 당첨자(매도자)와 매수자간에 전매제한 기간 이후 명의 변경을 약정하는 형태다. 계약금 등은 매수자로부터 받아 납부하는 형식을 취하는데, 명의 변경 시 다운계약서는 물론이고 양도세도 통상 전매자가 부담한다. 당첨자는 아무런 비용부담없이 연봉에 해당하는 수익을 올리게 된다.

불법전매는 분쟁의 소지가 매우 많아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명의 변경 시점에서 시세가 급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집값이 많이 뛰면 당첨자(매도자)가, 급락하면 매수자가 약정을 이행하지 않을 소지가 많다. 불법적인 약정을 맺어 계약 이행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불법전매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 10년 내 청약자격도 제한 등의 제재가 있다"며 "매수자와 매도자, 중개업자 모두 처벌받는다"고 설명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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