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주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빅이벤트 이후 달러 하락세가 거침없다. 올해 하반기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더딜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6월부터 시작해 하반기 두차례 가량으로 예상됐던 미국의 금리인상은 한 번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은 완화정책을 발표할 것이라던 기대를 깨고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이 여파로 엔화가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며 달러 약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 주말 미국 재무부가 발표한 환율보고서는 강력한 달러 약세 시그널을 보냈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 독일, 중국, 대만 등 5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세계 주요국을 상대로 환율에 개입하지 말라는 시그널을 보냄으로써 달러 약세를 유도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는 수모는 피했지만 5개국 정책당국이 앞으로 환율을 관리하면서 느끼는 부담은 매우 클 것이다.

예상대로 달러는 큰 폭의 하락세다. 2일 현재 달러지수는 92.988에 거래돼 지난주 95선에 머물던 것에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 달러-엔도 지난주 111엔에서 106엔대 초중반으로 가파른 하락세다. 중국의 위안화 가치는 글로벌 달러약세를 반영해 2005년 7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절상됐다. 글로벌 외환시장은 이미 대규모 지각변동이 진행중이다.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주요 정책당국은 통화정책 카드를 미래를 위해 아껴둘 것으로 보인다. 6월부터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해질 우려가 있어서다. 영국에선 유럽연합(EU) 탈퇴와 관련한 국민투표가 예정돼 있고, 그리스의 3차 구제금융과 관련해 채권단과 그리스의 갈등이 증폭될 조짐도 있다. 이처럼 정책당국의 손발이 사실상 묶였기 때문에 엔화 강세와 달러 약세는 당분간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 등 정책당국의 입장이 조변석개함에 따라 중앙은행의 신뢰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는 그동안 여러차례 필요하다면 추가 완화를 할 것이라며 시장에 확실하게 시그널을 줬으나 정작 회의를 열고 나서는 아무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총재의 소통방식과 시장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엔화가치가 급등한 것은 이러한 정책당국의 무력함을 시장이 확실히 인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일본의 정책이 마비상태라는 말까지 나온다.

미국의 경우 연내 네차례로 예고했던 금리인상 횟수가 점점 줄어드는 게 변수다. 하반기 두차례로 예상되던 금리인상 횟수는 이제 대통령 선거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한차례 올리고 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준은 두차례 인상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금리선물시장에선 두차례 인상 가능성을 20%도 반영하지 않는다. 당국과 시장의 정책전망 차이가 큰 것은 연준이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는 의미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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