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29일 저녁 서울 지역 한 횟집에 대한민국 경제 전반을 쥐락펴락하는 경제부처 장관들이 모두 모였다. 이날 최종 확정된'하반기 경제 정책 방향' 수립에 관여한 경제부처 장관들의 뒤풀이성 모임이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장관들은 모두 대취했다고 한다. 리먼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유로존 재정위기를 넘어 우리 경제에도 주름살을 주는 과정에서 좀처럼 긴장의 끊을 놓지 못하던 경제 수뇌부들이 의기투합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처럼 주변의 방해를 받지 않고 경제 전반 등에 대한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각종 경제지표를 관리하느라 노심초사했던 속내도 들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경제정책의 사령탑인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취한 와중에도 주변 사람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잊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연히 만난 기자를 보고도 '미안하다'는 말을 몇 번이고 되뇌었다.

박 장관은 경제성장률을 당초 3.7%에서 3.3%로 하향 조정하는 등 하방 위험이 증대하는 데 따른 국민들의 고충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듯 했다. 기자 본인의 주관적 느낌이지만 박 장관의 발언에는 진의가 담겨있었다. 최선을 다해 거시 지표 등을 관리하고 있지만 녹록하지 않은 대외 여건 등으로 국민경제에 주름살이 좀처럼 펴지지 않는 데 대한 안타까움, 미안함, 따뜻한 위로가 그의 손길을 통해 전해졌다.

이에 앞서 연합인포맥스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축사를 했던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티타임을 가지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증권가 등 국내 금융권은 당장 힘들어도 버틸 여력이 있다며 좀 더 힘을 내자고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이번 위기에 대비해 세계에서 제일 가는 대비책을 마련했다"며 위기 극복을 자신했다. 역시 '영원한 대책반장' 다운 자신감이었다.

물론 김 위원장도 이날 저녁 만찬장에 일원으로 참석했다.

국민을 보고 글로벌 위기 국면에서도 좀 더 나은 경제 상황을 만들지 못해 미안하다고 되뇔 수 있는 장관, 어렵겠지만 충분한 대비책을 마련했으니 좀 더 힘을 내자고 독려하는 장관.이런 장관들이 있어 올해 우리 경제가 더 어려워지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외화자금시장을 안정시키 위한 규제 3종 세트의 선제적 도입, 증권사의 콜자금 등 신용축소를 통해 마련 된 증시 안정판 등이 모두 이들 장관들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주말 저녁 우연찮게 목격한 장관들의 저녁 식사 자리를 굳이 소개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제법 솜씨 좋고 책임감 있는 선장들이 대한민국 경제의 방향타를 잡고 있으니 승객인 국민도 너무 걱정만 하지 말고 좀 더 힘을 내서 이 어려움을 견뎌 나갔으면 좋겠다.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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