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대통령 선거가 4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차기 정부의 경제부총리 후보에 서울 금융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베테랑 관료 출신에서 발탁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다음정부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꾸리지 못하고 출범하기 때문이다. 관료들의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정책의 작동 원리에 대해서 꿰뚫고 있어야 정부 출범 초기의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다.



◇가계부채 1천300조원 시대를 헤쳐갈 수 있는 칼잡이

다음 경제 부총리는 1천300조원이 넘은 가계부채 문제를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외과집도의 같은 솜씨를 가진 인물이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미국이 연방기금금리를 올리면서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의 가장 위협적인 뇌관이 되고 있어서다. 꼭 20년전인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 구조조정의 최일선에 있었던 경제관료 출신들이 후보로 거론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외환 위기는기업이 촉발시켰지만과도한 부채가 근본원인이었다는 점에서 가계부채와 맥이 닿아 있다. 당시 경제 관료들은 160조원에 이르는 공적자금을 단숨에 조성해 부실 투성이 금융기관을 신속 과감하게 외과적으로 수술했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의금융권 구조조정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당시 잃어버린 20년으로 고통을 받고 있던 일본은 우리의 물량 공세에 혀를 내둘렀다는 후문이다. 가계부채도 결국 구조조정의 문제다.



◇느슨해진 금융의 절도와 규율을 제대로 세울 수 있어야

대우조선해양과 한진해운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보여준 금융 당국과 금융기관의 해이해진 규율을 바로 세울 권위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제조업과 달리 금융은 느슨해지면 항상 동티가 나기 마련이다. 대우조선해양은 6조원의 자금을 붓고도 절도와 규율도 없이 관리한 탓에 또 추가자금 지원이 논의되고 있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6조원의 돈을 더 넣어도 대우조선해양을 살릴 수 있다는 확신을 주지도 못하고 있다. '관(官:정부)'이 적절하게 '치(治:관리)'하지 못한 탓이다.

현 정부에서 금융의 절도와 규율이 제대로 세워지지 않은 데 따른 후폭풍은 너무 거세다. 경제 및 산업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집권 세력의 측근들이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수장을 맡았지만 부총리 차원의 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세계 7위의 한진해운을 공중분해하는 과정에서 산업은행장과 수출입은행장이 부총리와 제대로 협의한 흔적이 남아있지 않다.



◇재정의 역할 이해할 수 있어야

재정의 역할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경제부총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4차 산업혁명 등으로 민간기업 일자리 창출 능력이 급속하게 떨어지는 경제 구조를 감안한 정책이 시급하다는 이유에서다.

민간기업의 일자리 창출 능력을 가늠하는 고용유발 계수는 2013년 기준 10억원당 8.8명이다. 이게 1980년 36.9명, 1985년 26.7명, 1990년 20.3 명이었다. 1990년 대까진 기업들이 돈을 벌면 일자리가 늘어났고 가계의 살림도 윤택해졌다. 이제는 아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일자리가 더 이상 늘지 않는다는 의미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 노동시장에서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7%에 불과하다. OECD 평균은 20% 수준이고 유럽 선진국들은 35% 수준에 육박한다.

공공 부문 일자리를 뒷받침할 우리의 재전건전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명박ㆍ박근혜 대통령 시절 정부부채가 빠른 속도로 늘었지만 국민총생산(GDP) 대비 40% 수준이다. OECD 평균이 118%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은 여력이 있다. 900만명의 비정규직과 100만명에 이르는 청년 실업자들이 신음한다.차기 경제부총리는 일자리 정책에서 재정의 역할에 대해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뱃심을 가졌으면 한다.(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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