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개정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FTA 폐기를 거론한 것도 우리 경제엔 악재다. 트럼프 특유의 협상용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으나 우리 정부조차도 FTA 폐기를 가능성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는 말이 나올 만큼 살얼음판 협상이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핵 위기 국면에서 경제 이슈인 FTA 폐기 문제까지 부상했다는 건 큰 부담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FTA에 민감한 자동차와 철강업계는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다.
사드 보복으로 인한 중국발 악재도 우리 경제에 실질적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만난 기업체 관계자들의 입에선 "중국발 악재는 꽤 오래 갈 것 같다"는 말이 공통적으로 나왔다. 한반도 주변 역학관계상 한중 관계가 회복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며 그 여파로 경제에도 악영향이 있을 것 같다는 푸념이 쏟아졌다.
외부악재도 산적하지만, 내부 악재도 만만치 않다. 통상임금 판결과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으로 기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한다. 정권 초 기업체에 대한 사정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어 재계 전체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검찰에서 다루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방위산업 비리 의혹을 비롯해 국세청이 최근 압수수색을 진행한 ㈜한화와 한화테크윈, 공정거래위원회가 맡고 있는 하림 일감 몰아주기와 현대모비스 물량 밀어내기 조사, 경찰이 수사 중인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의 자택 공사비용 조사 등 각 사정기관에서 다루고 있는 기업 관련 이슈들이 끊임없이 나타나고 있다.
외생변수는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뾰족한 수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대내 변수만이라도 잘 관리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과거의 잘못은 분명히 가려내고 엄벌에 처해야겠지만, 우리 경제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 미래를 내다보는 노력도 동시에 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로벌 경쟁사들은 4차산업과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채 앞으로 나아가는데 우리는 과거에 발목 잡혀 미래를 보지 못하고 퇴보의 길만 걷고 있다는 지적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대외적으로 힘든 시기에 국내에서만이라도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기대해본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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