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규상 한국유머전략연구소장이 코칭 과정을 이수하는 남녀 학생들과 농촌 봉사를 했는데, 검게 얼굴이 그을리고 흙손을 가진 농가 주인의 걸쭉한 농담에 모두 뒤집혔다고 한다.

"올해 노처녀들 시집가기는 다 글렀다. 태풍 때문에 고추가 많이 떨어져 올해 고추값이 너무 올랐어"

90세까지 장수한 처칠은 격심한 조울증을 겪고 산 인물이다. 어려운 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항상 자신과 주변 사람에게 이렇게 말했다. "늘 웃읍시다, 웃음은 가르쳐야 합니다, 이것저것도 아니면 세상사에서 물러나 있어야지요". 세상에 가장 전염이 빠른 것이 감정이며 기분이다. 웃음과 유머는 가장 즐거운 영향력을 미친다. 즐거울 일이 없어도 웃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올해 전반적으로 물가 상승세 둔화와 고용회복세 지속 등으로 실질 소득이 늘어 살림살이가 개선되고 있다고 정부가 주장하지만, 서민들의 얼굴은 울상이다. 경기불황에 중산층마저 지갑을 닫아 소비를 줄이고, 체감지수가 싸늘해 주변에 웃음을 찾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물가는 여전히 비싸고 가처분소득 감소와 적자 가구 증가 등 살림살이가 여전히 팍팍하다는 것은 지난 2분기 가계동향에서도 잘 나타난 바 있다. 전국 가구(2인 이상)의 월평균 소득은 394만2천원으로 지난해 2분기에 비해 6.2% 증가해 외견상 '긍정적'으로 비쳤다. 상위층뿐 아니라 저소득층의 소득이 증가하면서 분배 상황도 개선돼 양극화가 다소 해소됐다고 하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상황은 다르다. 가계의 허리가 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액이 238만6천원으로 3.6%(실질 증가율은 1.1%)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근로소득이 늘어난 만큼 세금이나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등의 부담이 커진 탓이다. 가계대출이 늘어나면서 이자로 나가는 돈만 월평균 9만5천원에 달해 지난해보다 10.1% 증가했다.

이 결과 소득에서 세금과 사회보험료, 금융회사 대출이자 등 비소비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은 321만9천원에 불과했다. 경직성 비용인 비소비지출이 증가할수록 가계의 가처분소득은 줄어든다. 소득이 늘었다고 하지만 서민들은 소득 증가만큼 소비를 늘리지 못하는 것이다. 덜 먹고 덜 쓰며 가계비 지출을 억제한 셈이다. 살림살이가 폈다고 단정하기엔 무리가 따르는 것이다.

포화상태의 자영업, 가계 빚 1,000조 원, 고질적인 적자가구, 하우스푸어, 소비자물가와 다른 체감물가 등으로 가계부실이 심상치 않다. 수치상으로 드러난 고용 회복세 지속, 근로소득 증가에 따른 소득 증가 견인, 물가상승세 둔화 등에 자만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불경기 속에 스페인 구제금융 등 유럽발 금융위기가 수그러들지 않으면 서민경제는 한순간에 곤두박질할 위험성이 매우 높은 지경이다. 추석이 코 앞이지만 어디에도 명절을 앞둔 설렘은 찾아보기 어렵다. 어려울 때일수록 보름달을 보며 가족들이 함께 모여 유머 한 가닥씩 곱씹으며 힘을 낼 때다.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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