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연의 전망대>경제 금융계에 드리운 사이비(似而非)의 그림자
<배수연의 전망대>경제 금융계에 드리운 사이비(似而非)의 그림자
  • 승인 2020.03.0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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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사이비(似而非).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한(似 닮을 사) 듯하지만, 근본적(根本的)으로는 아주 다른(非 아닐 비) 것을 일컫는 말이다. 이단적인 종교에 주로 쓰이는 말이지만 최근 일부 언론이나 경제 부문 주장에도 적용 가능한 용어가 되고 있다. 사이비라는 용어를 처음 말한 공자가 주장했듯이 일부 경제 관련 주장이 '수작에만 능하고 정의를 혼란'하게 만들고 있어서다.

국가 재정 파탄론이 대표적인 경우다. 일부 언론과 경제전문가들은 확장적 재정정책의 영향 등으로 한국이 곧 중남미 국가 수준으로 재정이 파탄 날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한국의 재정이 허약한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통계적 착시를 활용하는 경우도 잦아지고 있다.

재정 파탄론을 주장하는 일부 전문가들은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글로벌 국제경제기구의 권고도 무시하기 일쑤다. 두 기관은 한국의 재정이 '세계 최고 수준'의 건전성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들 기구는 '한국은 제발 더는 실기하지 말고 재정을 더 과감하게 집행하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밖에도 세계 최고 수준의 경제학적 배경을 가진 전문가들은 집단지성을 발휘해서 내는 보고서마다 한국의 재정 건전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유독 국내 일부 전문가들만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

위험을 감수하고 한국 채권을 사야 하는 글로벌 채권트레이더들도 한국의 재정 파탄론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2018년 10월 15일 자 '이자율 헤드가 본 한국의 재정지출' 기사 참조> 트레이더들은"국민연금기금과 생명보험사의 투자자금 등 거의 모든 경제주체가 저축만 하고 있어 한국의 국채금리가 낮은 수준에서 유지된다면서 재정지출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통 경제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한국의 재정지출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는 셈이다.

환율 수준을 살피지 않고 국민소득이 감소했다는 소식을 확대 재생산 하는 것도 비슷한 이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3만2천47달러로 1년 전보다 4.1% 감소했다. 지난해 달러-원 환율이 5.9%나 상승(절하)된 영향이 가장 컸다. 환율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국민소득의 착시 현상은 자칫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국민소득을 높이려면 달러 대비 원화환율을 강하게 관리(절상)하면 되기 때문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OECD 가입과 동시에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가 개막됐다고 샴페인을 터뜨렸다. 이를 위해 달러-원 환율은 세 자릿수에서 관리됐다. 경제 체력이 뒷받침되지 못한 국민소득 1만달러는 결국 외환위기의 직격탄이 됐다.

OECD 등 국제금융기구 등이 환율 영향이 직접적으로 반영되는 1인당 GNI보다구매력평가지수(PPP)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주요 통계로 사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PPP 기준 1인당 GDP는 나라마다 다른 물가 및 환율 수준을 반영해 국민의 구매력을 측정하는 지표다.







OECD의 최근 발표 등에 따르면 구매력평가지수(PPP) 기준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지난 2017년부터 일본을 추월했다. 2017년 한국의 1인당 GDP는 4만1천1달러, 일본의 1인당 GDP는 4만827달러였다. 한국과 일본의 1인당 GDP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약 반세기만에 한국이 일본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2017년 한국의 1인당 GDP는 OECD 35개국 중 19위, 일본은 20위를 차지했다. OECD는 2018년에 한국과 일본의 1인당 GDP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과 일본의 2018년 1인당 GDP가 아직 집계되지 않은 가운데 OECD는 2018년 한국 1인당 GDP 잠정치는 4만2천135.8달러로, 일본 1인당 GDP 예상치는 4만1천501.6달러로 내놨다. 인구 5천만명 이상의 국가 가운데 1인당 GDP를 따지면 더 극적이다. 미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한국,일본 순으로 통계치를 확인할 수 있어서다. 경제개발 세대와 민주화 세대가 반세기 만에 함께 이룬 쾌거다. 혐오와 배제보다는 모두가 서로 칭찬하고 기뻐해도 좋을 일이다.

공자는 언뜻 보기에는 청렴결백한 군자(君子)와 같으나, 사실은 오직 세속에 빌붙어서 사람들을 감복하게 하고, 칭찬(稱讚)을 받으며, 자신도 만족(滿足)한 삶을 누리는 것뿐 결코 성인(聖人)의 도를 행할 수 없는 인물(人物)을 '사이비'라고 했다. 신천지라는 해괴한 사비이 종교 탓에나라가 어지럽다. 사회 과학의 영역인 경제 금융 부문에서는 그림자가 하루빨리 걷히길 기대해 본다. (취재부본부장)

ne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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