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2012년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금융위기 해법에 대한 심판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취임 직후 금융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부실기업은 과감히 국유화하고 부실한 은행은 자본을 확충해 무너지지 않도록 했다. 금융위기에 속이 곪은 경제·금융시스템을 재편했고 경제살리기를 위해 막대한 달러를 시중에 풀었다. 오바마 재임 동안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세 차례의 양적완화(QE)를 발표했다. 특히 최근 발표한 3차 양적 완화는 종료 기한을 정하지 않은 게 특징이다. 경제가 회복될 때까지 무제한적으로 채권을 매입하겠다는 의미다.

오바마와 맞붙은 밋 롬니 공화당 후보는 오바마의 금융위기 해법을 '실정(失政)'이라며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롬니 캠프는 오바마가 집권할 때 10%에 육박했던 실업률을 근거로 경제를 파탄냈다고 몰아붙인다. 오바마가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어 경기부양책을 쓴 것은 미국 재정을 악화시킨 원인이었다며 경제실정을 부각시킨다. 연준의 양적완화 정책은 롬니 캠프의 집중 공략 대상이다. 롬니는 양적완화가 달러가치를 떨어뜨리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인다고 비판한다. 롬니는 QE를 진두지휘한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을 교체하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을 탄생시킨 2008년 대선은 금융위기에 대한 심판이었다. 조지 W. 부시가 8년 재임하는 동안 미국의 경제펀더멘털은 쇠락했다. 유명 투자은행들은 온갖 사기와 속임수로 주택대출상품을 팔아먹으면서 집값을 띄웠고 이를 감독해야 할 정부는 수수방관했다. 부동산 거품이 터지면서 세계 초강대국 미국 경제는 무너졌다.

부시 대통령 임기부터 악화되기 시작한 재정은 아직까지 속을 썩인다. 심각한 국가부채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미국은 '하버드대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있는 이탈리아'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재정은 부시 재임 때 벌인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느라 허약해졌다. 여기에 부자 감세로 대표되는 부시의 조세정책은 미국 재정의 뿌리를 흔들었다. 전문가들은 전쟁과 부자감세를 미국의 재정 악화 2대 원인으로 꼽는다.

미국인들은 2008년 대선에서 오바마를 선택함으로써 금융위기를 몰고 온 부시 정부를 심판했다. 이번 대선 결과를 보면 오바마가 마련한 금융위기의 해법을 미국인들이 어떻게 판단하는지 엿볼 수 있다. 갑론을박이 있는 만큼 선거 판세도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시야를 넓혀 보면 2012년 치러진 전세계 선거의 키워드 역시 위기 해법에 대한 심판이었다. 각국 정부가 마련한 위기극복 방안에 국민이 만족했는지, 분노했는지에 따라 선거 결과가 달라졌다. 유럽의 프랑스 대선이 대표적이다. 유럽연합(EU)이 위기탈출 해법으로 마련한 긴축 정책에 반대하는 프랑스 국민들은 니콜라 사르코지 대신 프랑수아 올랑드를 선택했다. 그리스 총선에서는 EU의 가혹한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야당이 급부상하면서 재선거까지 가는 격전을 치렀다. 네덜란드 총선은 EU 해체의 바로밑로 여겨졌으나 친EU 성향의 정당이 승리함으로써 EU의 정책에 힘을 싣는 계기가 됐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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