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필중 기자 = "금리가 인상된다고 증시가 무조건 약세를 띠진 않는다. 금리 상승만큼 자기자본 증가 속도에 따라 주가 하락 여부가 결정된다."

금리 인상기로 접어드는 미 증시를 두고 유동원 유안타증권 글로벌자산배분 본부장은 이렇게 내다봤다. 이렇듯 금리가 기업 가치의 전부를 결정짓진 않는다. 핵심은 이익이다. 이익이 얼마나 늘어나고, 그에 따라 자본이 얼마나 늘어나는지에 따라 주가 향방은 결정된다.

유동원 본부장은 10일 연합인포맥스와 인터뷰에서 미 증시에 투자할 것을 권고했다. 단순 이익 때문만은 아니다.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는 미 증시기에, 그런 곳에 장기 투자할 경우 가파른 성장세에서 오는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유 본부장은 "장기적인 큰 그림을 그려놓고 투자해야 성과가 나온다"면서 "큰 방향성이 있어야 부가 쌓이고 이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게 된다"면서 장기 투자의 힘을 역설했다.

유 본부장은 장기 투자 전도사다. 특히 일반 투자자들에게 가장 적합한 방식은 장기 투자라고 강조한다. 차트에 긴 시간을 할애할 필요도 없을뿐더러, 복리 효과로 비교적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단기 투자는 차트를 끊임없이 보면서 온갖 노력을 투입해야 하는데, 노력만큼 수익이 나오지 않을 수 있고 항상 수익을 낸다는 보장이 없다"면서 "시간을 크게 들이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어 일과 투자의 균형을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 본부장은 안정적인 복리 효과를 누리려면 그에 걸맞은 투자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 환경은 다른 게 아니다.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는 기업 문화와 제도가 정착됐는지 그 여부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는 장기 투자에 적합한 증시 환경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미국 주식에 투자할 것을 권고했다. 국내 증시에는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이 남아 있어 장기 투자처로 적합하지 않다고 그는 지적했다.

유 본부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부 기업은 주주 가치 극대화에 노력했지만, 나머지 기업들은 물적 분할 등 주주가치에 반하는 움직임을 보여왔다"면서 "강도 높은 규제 역시 기업 입장에서 편법을 사용하게 만드는 요인이 돼 악순환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내 증시와 미국 증시 간의 디커플링은 디스카운트 요인에서 비롯된다"면서 "이미 해소된 곳에 투자하다가 조금씩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때 투자 비중을 늘려나가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미국 증시는 다르다. 대주주 한 명이 물적 분할 여부를 결정할 수 없고, 기업 오너 또한 자녀에게 승계하기보다는 전문 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긴다. 이 모든 구조는 주주 가치 보호라는 목적성이 담겨 있다.

유동원 본부장은 "배당 성향도 높은 편이고, 대주주와 소액 주주 구분 없이 몫에 맞게 이익을 나눈다"면서 "제도상으로도, 문화로도 자본주의가 성숙한 시장이란 점에서 장기 투자에 적합한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미 증시의 올해 전망은 어떨까. 유동원 본부장은 올해 역시 미 증시가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까지만 해도 미 증시는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최근 금리 인상 우려가 커지는 등 미 증시를 둘러싼 환경은 다소 악화했지만, 상승세가 꺾이진 않을 것으로 봤다.

유동원 본부장은 "과거 평균 대비로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주가수익비율(PER)이 높다고 하는데 적정 가치 대비로 고평가된 것은 아니다"면서 "현재 금리, 자기자본이익률(ROE) 등을 고려하면 올해 7% 정도는 오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금리 역시 큰 부담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절대적인 금리 수준이 높지 않을뿐더러, 기업 이익 역시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그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밝힌 장기 금리 목표치는 2.5%인데, 2.5%를 반영해 모델링을 해도 주가가 비싸지도, 싸지도 않은 편"이라면서 "현재 미 증시의 평균 ROE가 22%~24%인데, 그만큼 기업 가치가 증가해 주가 역시 꾸준히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향후 미 증시 내 유망 섹터로 유동원 본부장은 신재생에너지, 헬스케어, 바이오 등을 꼽았다. 신재생에너지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고, 헬스케어와 바이오 부문은 뛰어난 경쟁력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해당 분야만큼은 상장지수펀드(ETF)를 이용할 것을 권고했다.

유동원 본부장은 "대부분의 기업이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고, 성장 과정을 겪고 있는 섹터라 누가 승리자가 될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면서 "분산 투자 차원에서 ETF로 투자하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장기 투자론자인 그의 개인적 목표는 금융산업의 발전과 인적 자원 확보라고 밝혔다.

유 본부장은 "유대인은 어릴 때부터 금융교육을 가르치고 투자하는 법을 알려주면서 인적 자원을 확보했다"면서 "우리나라도 인적 경쟁력이 높은 국가이기에 그에 맞는 금융 지식을 키울 수 있으면 좋겠다. 유튜브나 블로그 등으로 고객과 소통을 이어가는 것도 그런 맥락과 닿아 있다"고 말했다.

joongj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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