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 금융그룹들은 실적을 발표할 때마다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4대 금융지주는 지난 한 해 동안 14조5천430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역대 최대 실적을 또 경신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리스크 대응을 위해 다소 뒷전으로 밀려나 있던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고 외쳤다.

4대 지주는 일제히 배당성향을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25~26%대로 복귀시켰다. 이에 따른 작년 총 배당액은 3조7천505억원으로, 이 역시 사장 최대 수준이다.

일부 금융지주에서는 자사주 소각이라는 카드도 꺼내들었다. KB금융은 1천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고, 하나금융 역시 자사주 소각·매입과 분기배당 등 다양한 주주환원정책을 고려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러한 움직임이 마냥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업권 안팎에서는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금융권이 사상 최대 이익을 거뒀다는 점이 여러 금융지원 등에 동원될 수 있는 빌미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오는 3월 종료 예정인 대출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조치 추가 연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대출로 금융권은 오히려 사상 최대의 흑자를 기록했다"며 "금융권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함께 분담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주요 대선 주자들의 금융 관련 공약 역시 금융권에 부담을 주는 모양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최대 1천만원의 자금을 은행금리 수준으로 장기간 빌려주는 '청년 기본대출'과 함께 저신용자에 1% 금리로 대출을 내주는 '극저신용대출'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예대금리차 공시 등 금융소비자보호 제도 도입을 공약으로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준금리 변동으로 예대금리차가 벌어질 경우 담합 요소 등이 있는지 살피겠다는 취지에서다.

한 정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가장 큰 이익을 본 업종이 은행이라며 이익공유제 이야기가 나왔던 것이 불과 1년 전"이라며 "사상 최대 이익과 배당금 등의 이야기가 커질수록 오히려 금융권이 역풍을 맞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오미크론 확산과 본격적인 금리상승기 등에 대비해 당부해 온 대손충당금 적립도 썩 시원치 않은 모양새다.

4대 지주가 작년 적립한 대손충당금 규모는 3조1천765억원으로, 전년 대비 20.4%나 줄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4분기 재무제표 결산을 앞두고 금융당국이 다소 늦게 지도에 나서면서 충당금 적립 규모가 아쉬운 것은 사실"이라며 "대내외적 여건이 만만치 않은 만큼 이익·배당과 함께 손실흡수력 제고에도 균형을 맞추는 것이 여러모로 긍정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정책금융부 김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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