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글로벌 금융시장이 아우성치고 있다. 모든 자산 가격이 눈만 뜨면 곤두박질치고 있어서다. 투자자들은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 일본의 엔화, 영국의 국채와 파운드화, 유로존의 유로화 등 글로벌 자산 어디에서도 안전지대를 찾지 못하고 있다.


◇자산 가격 하락과 할인율
이 모든 게 미국의 중앙은행이면서 사실상 세계의 중앙은행 노릇을 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탓이다. 지난해 말까지 한없이 퍼주기만 할 것 같던 연준이 올해 들어 표정을 바꾸면서다. 연준은 달러화를 제외한 글로벌 모든 자산의 가치를 끌어내리고 있다. 올해 초부터 매파적인 행보를 강화한 가운데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운용하면서다.

일부 투자자들은 도대체 왜 증시 등 자산 가격 하락세가 멈추지 않느냐고 울분에 가까운 질문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월가의 일부 전문가는 질문이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모든 자산의 현재 가치를 가늠하는 할인율이 얼마나 변했는지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할인율은 자산의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의 가치로 환산할 때 적용되는 개념이다. 정기예금이 만기에 받을 수 있는 돈을 복리로 적용할 때 금리가 바로 할인율이다. 수식으로 현재가치=미래의 현금흐름 합/(1+R)의 n 승일 때 R이 할인율이다. 통상적으로 시중에 유통되는 벤치마크 금리가 대략적인 자산 가격의 할인율로 취급된다.


◇뉴욕금융시장 할인율인 미국채 10년물 수익률, 팬데믹 직전보다 2배 이상 급등
뉴욕금융시장의 자산 할인율은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로 갈음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을 기준으로 보면 현재 자산 가격 하락세가 명쾌하게 설명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팬데믹(대유행)에 따라 연준이 기준금리를 사실상 마이너스 수준까지 끌어내리기 직전인 지난 2020년 2월 19일 뉴욕증시는 전고점을 찍었다. 당시 뉴욕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15.86포인트(0.47%) 상승한 3,386.15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84.44포인트(0.87%) 오른 9,817.18에 장을 마감했다.

같은 날 뉴욕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 거래일보다 1.4bp 오른 1.569%를 기록했다. 통화 정책에 특히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 거래일보다 1.4bp 상승한 1.424%에 거래됐다. 국채 30년물 수익률은 전장보다 0.9bp 오른 2.015%를 나타냈다.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 일봉 차트
연합인포맥스




지난 28일 뉴욕증시에서 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71.75포인트(1.97%) 상승한 3,719.04로, 나스닥은 전장보다 222.13포인트(2.05%) 오른 11,051.64로 거래를 마감했다. 같은 날 뉴욕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수익률은 3시 기준 3.709%에 거래됐다. 전 거래일보다 무려 25.70bp 급락한 수준이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수익률도 같은 기준으로 20.90bp 내린 4.102%였다. 국채 30년물 수익률은 4.20bp 하락한 3.685%를 나타냈다.

직관적으로 비교하면 팬데믹 초창기 신고가였던 S&P 500 지수 3,386.15 당시의 할인율에 해당하는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은 1.5% 수준이고, 최근 S&P 500 지수 3,719.04의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은 3.7% 수준이다. 단순 비교만 해도 두 배가 훨씬 넘는 수준이다.


◇분모 커졌는데 분자에 해당하는 현금흐름은?
글로벌 대형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증시가 바닥을 찍으려면 더 하락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골드만삭스는 현재의 주식 평가가치(벨류에이션) 수준이 관련 위험을 충분히 반영한 상태가 아닌 것 같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연준 등 주요국 중앙은행은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초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고수했다. 아직도 실질 금리 기준으로 제로 금리 혹은 마이너스 금리 상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앙은행들은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강화할 전망이다.

현재의 자산 가치가 추가로 조정될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분자에 해당하는 현금 흐름이 변하지 않아도 분모의 크기에 영향을 주는 할인율이 그동안 너무 작았던 데서 정상화되고 있어서다.

여기에다 분자에 해당하는 현금흐름까지 축소되면 자산가격은 어떻게 될까. 주식의 경우는 기업의 실적이 여기에 해당한다. 기업실적이 부진해져 분자의 크기가 줄고 분모에 해당하는 자산의 할인율이 커지면 자산의 현재 가치는 작아지기 마련이다.

미국채 수익률 상승세가 멈추지 않으면 달러화를 제외한 대부분 자산의 가격이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는 의미다. 복잡한 공식을 적용해야 하는 수학이 아니라 단순 셈법으로도 알 수 있는 산수(算數)다. (뉴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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