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배수연 특파원= 달러화 가치가 약세를 보였다. 영국 파운드화가 약진에 성공하는 등 위험 선호심리가 되살아나면서다. 영국 정부는 대대적인 감세안을 전격 철회하는 등 시장의 압력에 굴복했다. 미국 뉴욕증시도 4분기 첫 거래일에 큰 폭으로 반등하면서 위험선호 심리를 뒷받침했다. 다만 일본 엔화는 외환 당국의 개입에 대한 우려에도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6411)에 따르면 3일 오후 4시 현재(이하 미국 동부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144.690엔을 기록, 전장 뉴욕 후장 가격인 144.728엔보다 0.038엔(0.03%) 하락했다.

유로화는 유로당 0.98285달러에 움직여,전장 가격인 0.98010달러보다 0.00275달러(0.28%) 상승했다.

유로는 엔에 유로당 142.17엔을 기록, 전장 141.83엔보다 0.34엔(0.24%) 올랐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는 전장 112.155보다 0.47% 하락한 111.629를 기록했다.





<파운드-달러 환율 일봉 차트:인포맥스 제공>

영국 파운드화가 한때 1.13342달러를 기록하는 등 약진했다. 영국 리즈 트러스 신임 내각이 호기롭게 제시했던 대대적 감세안을 전격 철회하면서다. 시장은 파운드화가 한때 1.03480달러에 거래되는 등 금융시장이 파국으로 치달으면서 리즈 트러스 내각이 백기 투항한 것으로 풀이했다. 파운드화는 이날 뉴욕환시에서1.38% 급등한 1.13220달러에 거래됐다.

이에 앞서 트러스 총리 취임 직후인 지난달 23일 쿼지 콰텡 재무장관은 영국 파운드화와 영국 국채 가격 폭락세를 촉발시켰다. 소득세와 인지세를 인하하는 450억 파운드(약 70조 원) 규모의 감세 정책과 600억 파운드(약 94조 원) 상당의 에너지 보조금 지원 방안 등 경기부양책을 전격 발표하면서다. 영국 정부는 50년 만에 최대 규모의 감세로 부족해질 세수를 어떻게 메울 것인지 등 지출 삭감 계획을 전혀 밝히지 않았고 영국 국채와 파운드화는 폭락했다.

영국 정부가 감세안을 철회하면서 영국 파운드화 폭락세는 진정됐지만 불안 요인은 여전한 것으로 풀이됐다. 국제 사회가 영국 경제의 재정적 리스크를 새삼 주목하고 있어서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달 30일 영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유로화는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약세로 출발한 뒤 보합권으로 반등했다. 위험선호 심리가 일부 회복된 영향으로 풀이됐다. 크레디트스위스(CS)의 재무 건전성을 둘러싼 우려기 불거졌지만,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되지는 않을 것으로 진단됐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주말 울리히 쾨르너 CS 최고경영자(CEO)가 직원들에게 메모를 보내고 투자자와 고객들에게 전화로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은행의 주가는 지난 1년 사이 3분의 1 가까운 수준으로 떨어지며 장부 가치를 하회했다.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 역시 1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일본 엔화는 외환 당국의 개입 경계감이 이어지는 가운데 보합권으로 반등했다. 달러-엔 환율은 한때 145.321에 거래되는 등 상승세를 재개하면서 약세로 출발했다. 일본 엔화 가치가 하락했다는 의미다. 일본은행(BOJ)이 초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고수하는 데 대한 우려가 여전한 탓으로 풀이됐다.

달러-엔이 145엔을 돌파하면서 외환 당국에 대한 경계감이 다시 강화되면서 달러-엔 환율 추가 상승은 저지됐다. 스즈키 준이치 일본 재무상은 과도한 엔화 움직임이 지속되면 '과단성 있는' 조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각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통화가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며, 급격하고 일방적인 움직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 외환 당국은 지난달 달러-엔 환율이 146엔에 육박하는 등 엔화 약세 폭이 24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깊어지면서 2조8천억엔을 들여 달러 매도, 엔 매수 개입에 나섰다.

BOJ가 엔화 약세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대목도 새삼 눈길을 끌었다. BOJ는 이날 공개한 지난 9월 금융정책회의 요약본을 통해 엔화 약세가 단기적으로 수입 품목과 식품 등의 가격을 높이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경제활동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BOJ는 엔화 약세 덕분에 국내 여행 소비가 확대되고 성장을 위한 국내 투자에 방점이 찍히고 있으며 중소기업의 수출 여력이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금융시장이 국경절이고 한국 금융시장이 개천절을 맞아 휴장하면서 거래량감소에 따른 변동성 확대에 대한 경계감도 이어졌다. 역외 위안화는 전날 종가인7.1403위안 보다 하락한 7.10위안 언저리에서 호가됐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고위 관계자들의 매파적인 발언은 4분기 첫날에도 이어졌다.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긴축 정책이 수요를 진정시키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줄이기 시작했지만, 연준의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존 윌리엄스 뉴욕연은 총재는 이날 연설에서 "경제는 이미 수요 둔화를 위한 연준 노력의 효과를 보고 있다"면서도 "물가 압력이 미국 경제 전체에 퍼져있어 인플레이션을 연준 목표치인 2%로 낮추는데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클래러티의 아마 사호타는 "영국이 감세정책을 철회하는 데 따라 파운드화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거시 경제의 큰 주제는 바뀌지 않았으므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분기이자 주식의 반등 기회가 포착됐고 달러화의 일부 청산이 있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면서"위안화는 중국 인민은행이 안도할 만큼 강세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노디아의 수석 분석가인 얀 폰 게리히는 영국의 감세한 철회에 대해 "시장 관점에서 볼 때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좋은 단계다"고 진단했다.

그는 " 시장이 메시지를 수용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영국 파운드화에 대한 압박은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으며 파운드화는 여전히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OCBC의 전략가인 크리스터 왕은 "(달러/엔 환율이) 145엔이 될 때마다 사람들을 흥분시킨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러나 때때로 중요한 것은 움직임의 절대 규모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경계감을 가지고 있으며 146엔을 깨는 등 엔화 약세 폭이 다시 확대된다면 엔화의 은밀한 개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의미다"고 강조했다.

n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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