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프라솔루션의 해상 크레인 모습



(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 10월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 현대인프라솔루션(이하 인프라솔루션)을 흡수합병했다.

해양플랜트 사업을 하는 산업설비 부문을 분할해 인프라솔루션을 설립했는데, 설립 1년 반 만에 다시 원상 복귀 명령을 내린 것이다.

지난해 5월 설립된 인프라솔루션은 올해 1분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분기 실적을 시장에 공개했다. 성적표는 1천억원 매출에 286억원 영업 적자.
현대삼호중공업은 560억원에 달하는 인수 금액을 감내하고 재합병을 결정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이 애초 산업설비 부문을 분할하기로 했던 것도 사업 실적 악화가 그 배경이었다.

한국조선해양(현대삼호중공업 모회사)의 해양플랜트 부문은 최근 2~3년간 혹한기를 거쳤다.
지난 2019년 1조3천억원을 훌쩍 넘던 해양플랜트 매출은 이듬해 1조원을 겨우 넘어서는 데 그쳤고, 지난해에는 6천200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당시 산업설비 부문은 해양 자원 시추 쪽으로 수천억원 수주에 성공하기도 했지만 이렇다 할 영업 실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수주 등을 통해 해양플랜트 설비 사업을 빠르게 키우려 했지만, 사업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던 상황"이라며 "사업 독립성과 책임 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사업 분할을 택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최근 연간 12조~13조원대의 조선 사업 매출로 해양플랜트 부문의 부진이 당장 표면적으로는 부각되지 않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관련 사업 부문의 수익성이 예상보다 작았다.

현대삼호중공업은 해당 부문을 떼어내 사업에 집중하도록 한다는 기존 입장을 바꾸고, 관리 효율 제고의 길을 선택했다.

재합병 배경에는 중국 상하이 봉쇄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원자잿값 폭등, 세계 각국의 금리 인상 움직임 등 대외 환경의 변화도 있었다.

어지러운 대외 환경으로 미래 조선 사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그룹 차원의 위기 의식이 크던 상황이다. 지난 4월에는 그룹 계열사 수뇌부의 비상 회의가 소집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프라솔루션의 분할 후 재합병은 아픈 손가락이었던 자식을 독립시켰는데 자립이 어려울 것 같아 다시 집으로 불러들인 격"이라며 "대외 환경 악화로 집안 걱정이 커지던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부모의 품으로 돌아온 인프라솔루션에 남은 과제는 경영 혁신을 통한 수익성 제고다.

산업설비 수주만이 아니라 비용 최소화와 경영 효율을 통해 가시적인 실적 개선을 끌어내야 한다.

2024년까지 기업공개(IPO)를 추진해야 하는 현대삼호중공업 입장에서도 수익성 낮은 산업설비 수주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질 수 있다.

애초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안에 현대삼호중공업의 IPO를 추진할 계획이었다.

지난 2017년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에 현대삼호중공업 지분 15.15%를 대가로 4천억원의 투자를 받았고, 당시 5년 내 상장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다만 자본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올해 상반기 IMM PE와의 논의를 거쳐 상장 기한을 2024년으로 미룬 상태다.

통상적으로 조선업과 산업설비 사업은 수주와 매출 사이에 시차가 발생하는 '헤비테일' 방식으로 계약을 맺는다.

2024년 상장 추진을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실적을 낼 수 있는 사업 수주로 미래 기업가치 올리기에 나서야 하는 셈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인프라솔루션은 그간 파나마 신운하 준공, 1만톤급 해상 크레인 건조 등 기술력을 충분히 갖춘 곳"이라며 "현대삼호중공업의 사업 다각화에 핵심 조직이라는 것을 입증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기업금융부 최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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