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거안사위(居安思危: 편안할 때도 위태로울 때의 일을 생각하라)를 명심해온 회사와 그렇지 않았던 회사의 옥석 가리기" 전일 글로벌 신용평가사 S&P(S&P Global Ratings)와 NICE신용평가가 공동 주최한 세미나에서 나온 말이다. 증권, 캐피탈, 부동산신탁, 저축은행 업계의 내년 신용등급 방향성이 '부정적'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차례로 한국을 찾아 국내 신평사와 함께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 11월 초에는 피치(Fitch Ratings)가 한국기업평가와 대면 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지난 6일과 7일에는 무디스(Moody's Investor Service)와 한국신용평가, S&P와 NICE신용평가가 차례로 공동 세미나를 열었다.

최근 진행된 무디스·한신평과 S&P·나신평의 세미나에선 나날이 고조되는 금융시장의 긴장감을 엿볼 수 있었다.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가 쏘아 올리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방점을 찍은 혼란은 진정되지 않는 모습이다.

금융권을 바라보는 신용평가사들의 눈초리는 지난 11월 초 피치가 세미나를 개최한 시점보다 날카로워졌다. 피치는 관련 섹터 애널리스트의 부재로 증권업계의 전망을 제시하지 않았다. 당시 캐피탈업계의 발표를 맡은 애널리스트는 캐피탈사의 자금 조달 환경이 악화했지만, 금융시장의 혼란이 시스템 리스크로 번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11월을 지나면서 크레디트 경색이 단기자금 시장으로 번지고 구체적인 증권사 이름이 '부도'라는 명목으로 오르내리는 등 금융회사 전반의 유동성 위기가 커졌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설명하듯 지난 양일간 진행된 세미나에선 증권사와 저축은행, 캐피탈 업계 등 금융권의 약한 고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저축은행을 담당하는 한신평의 애널리스트는 유동성 경색을 넘어 관련 업종의 자산 건전성 악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사와 캐피탈사를 담당하는 연구원은 부동산 PF와 관련된 자산 가운데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건들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단기자금 및 크레디트 시장이 금융당국의 지원책으로 온기가 확산하는 등 급한 위기를 넘겼지만, 진짜 문제는 내년이라는 것이다.

뇌관은 역시 '부동산'이다. 금융권의 실적 잔치에 크게 기여했던 부동산 PF가 부메랑처럼 돌아왔다는 지적이다. 신용평가사들은 특히 위험도가 큰 브릿지론을 주시하고 있다. 브릿지론 대다수가 현재 만기 연장으로 버티고 있으나 비우호적인 사업환경에 따라 본 PF로 전환되지 못하고, 일부 사업장에선 리스크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전일 행사에서 발표를 맡은 나신평의 담당자는 "현재의 유동성 경색 국면을 지나 2023년에는 신용위험 확대와 금융회사의 자산 건전성 저하가 나타날 것"이라며 "자산 건전성의 저하를 막지 못하면 시스템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투자금융부 황남경 기자)
2023년 금융업권 전망
출처: NICE신용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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