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 12일 오전 10시 25분 강원중도개발공사(GJC)가 BNK투자증권으로부터 빌린 돈을 모두 상환했다. 올해 갚을 예정에 없었던 2천50억 원을 갑자기 마련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전국적으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서 불가피한 조치였다."
강원도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가 막을 내렸다. GJC는 특수목적회사(SPC) 아이원제일차를 통해 빌린 2천50억 원의 ABCP를 보증사인 강원도가 전액 갚았다. 상환을 마친 후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말을 남겼다.

채무불이행부터 상환까지 약 3개월여간 채권시장은 급변했다. 최고 신용도를 인정받는 지방자치단체 보증물이 디폴트를 맞자 'AAA' 공사채 시장까지 투자자 모집에 애를 먹었다.

특히 채권시장의 약한 고리로 꼽혔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물은 직격탄을 맞았다. 당국의 시장 안정화 조치 등으로 'AAA' 크레디트물 시장이 비교적 안정세를 되찾은 것과 달리, PF 유동화물은 아직 회복이 요원한 상황이다.

강원도 ABCP 사태를 바라보는 증권가의 시선이 여전히 차가운 배경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그나마 빠르게 사태가 해결된 것에 안도하면서도 한 번 깨진 시장 신뢰가 쉽사리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A 투자금융 업계 관계자는 "상환이 되긴 했지만 다소 늦었다는 점에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며 "정부에서 공격적으로 상환을 요구하지 않았고, 연기금 등에서 ABCP를 적극적으로 매수하지 않은 점 등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B 업계 관계자 또한 "채권시장에 내재했던 불안감이 강원도 ABCP 사태로 일순간에 터져버렸다"며 "제2 채권시장안정펀드 등의 조치로 금리 상승세가 주춤하긴 했으나 여전히 시장 소화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연기금 등을 활용한 매입 조치 등이 필요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이 강원도만은 아니라는 해석도 나온다. 부동산 PF 시장의 경우 저금리 시대 제2금융권의 주요 먹거리였던 만큼 언젠가는 터질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C 업계 관계자는 "제2금융권과 증권사 등이 그동안 부동산 PF로 상당히 많은 수익을 유지했는데 시장이 둔화하면서 다들 이미 일말의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며 "방 안의 코끼리처럼 얘기하지 못하던 이슈를 레고랜드 사태가 촉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국의 발 빠른 조치가 시장 기대감을 높인 점 또한 주목했다.

앞선 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이번 사태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사를 명확히 하면서 시장이 레고랜드 사태만으로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퍼지기 시작했다"며 "레고랜드 사태로 시장 불안이 현실화했으나 최근 매수 심리가 되살아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투자금융부 피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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