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상법 제385조 제1항은 이사는 언제든지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로 해임할 수 있도록 하되 이사의 임기를 정한 경우에 정당한 이유없이 그 임기만료 전에 해임한 때에는 회사에 대해 해임으로 인한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상법 제415조는 동법 제385조를 감사에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이사나 감사가 임기만료 전 정당한 이유없이 해임될 경우 회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감사위원회 위원, 나아가 금융회사의 감사위원회 위원은 어떨까. 상법 제415조의2 제1항은 회사가 정관이 정한 바에 따라 감사에 갈음하여 이사회내 위원회로서 감사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정하면서도, 감사위원에 대하여는 상법 제385조를 준용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금융회사의 감사위원 역시 마찬가지이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사지배구조법') 제16조 제1항에서는 '금융회사는 이사회내 위원회로서 감사위원회를 설치해야 하고, 이 경우 감사위원회는 상법 제415조의2에 따른 감사위원회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상법 제385조에 대한 준용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지 않다.

이와 관련해 최근 금융회사의 감사위원 해임에 대해 명시적인 준용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이상 상법 제385조 제1항이 당연히 적용되거나 유추적용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한 하급심 판결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A는 금융회사인 B의 사내이사인 감사위원으로 선임되었으나, 임시주주총회에서 A를 감사위원에서 해임하는 결의가 이루어졌다. A는 이를 감사위원 임기 만료 전 정당한 이유 없는 해임이라고 주장하며 B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A 주장의 요지는 B가 금융사지배구조법의 적용을 받는 금융회사로서 감사를 둘 수 없고 의무적으로 감사위원회를 설치해야 하므로 감사위원인 A의 지위는 상법상 감사의 지위와 동일하거나 유사해(준용규정이 없더라도) 상법 제415조에 따라 동법 제385조 제1항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즉, B가 정당한 이유없이 임기만료 전에 A를 해임했으므로 B는 상법 제385조 제1항에 따라 A의 남은 임기 동안의 보수 상당액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A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상법에서 감사에 대해서는 동법 제385조를 준용하면서 감사위원에 대해서 이를 준용하고 있지 않은 취지에 집중했다. 감사위원이라는 지위 자체에 대해서는 상법 제385조 제1항을 별도로 적용할 필요가 없다는 입법자의 고려에서 나온 결과란 해석이다.

그럼에도 금융사지배구조법의 감사위원에 대해 명시적인 준용규정 없이 상법 제385조 제1항이 적용된다고 해석하면 이는 법원의 역할을 넘어 법률규정을 창설하는 결과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A는 금융사지배구조법에 따라 금융회사의 감사위원은 이사회 결의가 아닌 주주총회 결의로 선임 및 해임되는 등 독립성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상법상 감사위원보다는 상법상 감사와 유사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을 개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 역시 배척했다. 금융회사의 감사위원을 주주총회 결의로 임면하는 취지는, 금융회사라는 특성상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경영활동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감사위원의 지위를 경영권으로부터 독립해 강화하려는 의미로 해석되지만, 그렇다고 금융회사 감사위원의 법률상 지위가 상법상 감사와 마찬가지라는 결과가 유추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상법은 일정 규모 이상의 상장회사에 대해서도 감사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고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감사위원을 선임 또는 해임하도록 하는 등 금융사지배구조법에서 규정하는 감사위원회와 그 설치 및 구성요건 측면에서 매우 유사한 점이 있다.

하지만 상법은 상장회사의 감사위원에 대해서도 동법 제385조에 대한 준용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금융회사의 감사위원을 이와 별도로 해석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시했다.

아직 판례가 확립되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상법에서 규정하는 감사위원회든 금융사지배구조법에서 규정하는 금융회사의 감사위원회든 감사위원회가 감사를 대체하는 역할을 한다고 하더라도 명시적인 준용규정이 없는 한 감사위원의 해임에 상법 제385조 제1항을 적용해 회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법리를 판결을 통해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보인다. (법무법인(유) 충정 이진욱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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