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사모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도 공모로 낼 생각은 못 하죠."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에 이어 크레디트스위스(CS) 유동성 불안으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고 있다. 위기에 몰린 금융회사들에 유동성 조치가 나오자 불안과 안도 속에서 어느 때보다 채권시장 변동성은 확대됐고, 기회를 찾는 움직임도 많아졌다.

그런데도, 채권형 펀드 신상품 출시 소식이 뜸하다. 자산운용사들이 채권형 펀드 신상품 출시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오는데, 운용사마다 속사정은 있다.

일단 금리 급등세에 채권형 펀드가 쉽게 나올 환경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단기 채권형 펀드에만 신상품이 나올 수 있는 여건이라는 판단이다.

A 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단기 금리가 높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나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이 마무리 단계다"며 "단기 상품에서는 신상품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시장 상황에 맞는 라인업이 거의 갖춰져 있다는 점도 주요한 이유로 꼽힌다.

벤치마크 추종 펀드(종합채)나 사모, 일임 같은 기존 펀드를 큰 기관 투자자들이 선호해 신상품 필요성이 적다는 이야기다. 법인이나 개인들이 최근 알채권과 상장지수펀드(ETF)로 투자 관심을 옮겨 가면서 실물 채권 투자 펀드는 수요가 줄기도 했다.

B 운용사 관계자는 "벤치마크를 추종하는 펀드를 투자자들이 선호한다"며 "일임이나 사모펀드도 선호해 사실상 신상품 출시 필요성이 작다"고 전했다.

C 운용사 관계자는 "채권형에서 신상품으로 나올 만한 게 별로 없다"며 "만기나 듀레이션별로 거의 다 갖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라인업이 탄탄해 기존 채권형 펀드 상품으로 충분히 시장에 대응할 수 있다.

D 운용사 관계자는 "금리 안정과 내림세 등으로 접근하면 기존 채권형 펀드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이미 나온 펀드도 대형화가 안 돼 있는 상황에서 신상품도 소규모로 전락할 수 있어서다.

D 운용사 관계자는 "회사채 등 신용 상품을 만들려 해도 자본시장법의 종목 편입 10% 규제로 동일 발행 기업을 10% 이상 담지 못한다"며 "이는 주식도 마찬가지지만 채권은 100억 원 수준으로도 포트폴리오 구축이 어렵다"고 말했다.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 규정에 따르면 펀드 자산총액의 10% 이상을 한 종목에 투자하지 못한다.

채권형 펀드는 거래 단위가 10억 원 수준으로 커 상대적으로 포트폴리오 구축도 쉽지 않다. 주식형 펀드가 30억 원 이하로도 운용되는 것과 대비된다.

이와 달리 채권형 펀드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모펀드에는 동일 종목에 대해 100% 투자할 수 있다. 사모펀드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도 채권형 공모펀드로 출시하기에는 포트폴리오 구축, 거래 유동성 등의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B 운용사 관계자는 거래 유동성 측면에서 출시 시점 설정액이 500억원 수준이 되지 않는 이상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소액으로 채권을 매매하면 낮은 유동성으로 비용 측면에서 불리해 규모가 큰 채권형 펀드가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앞서 라임이나 옵티머스 사태 등으로 개인투자자들은 사모뿐 아니라 공모펀드에도 부정적 인식이 남아있다. 이에 운용사들은 고수익 상품 출시로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려는 마음과 법적 제약 조건이 상충하고 있다.

D 운용사 관계자는 "라임 옵티머스로 금융당국이 데이면서 신상품 검증 절차가 개인 고객뿐 아니라 수탁사, 판매사 등에도 매우 까다로워졌다"며 "더 철저하게 개인의 구미를 끌 만한 레버리지 등 고수익 신상품을 출시해야 하는데 상품 통과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투자금융부 한상민 기자)


[이태호 제작]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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