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필중 기자 = 펀드 운용은 변수를 싫어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운용 전략을 세워도 단기 변동성이 커지면 운용 전략을 다시 돌아볼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수익률은 흔들리기 마련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제시한 해법은 간단하면서도 어렵다. 좀 더 긴 시계열의 경기 사이클을 살펴봐 금융시장 내 변수를 최대한 담는 것이다. 그 결과물이 40년 이상 경기 사이클을 분석한 장기자본시장가정(Long-Term CMA·LTCMA)이라는 자산 배분 방법론이다.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한투운용만 LTCMA를 공개했다.

박희운 한투운용 솔루션본부장은 자체 제작한 LTCMA를 바탕으로 원화 투자자에게 적합한 자산 배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본부장은 3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운용할 때 가장 고통스러운 점이 예측과 반대로 시장이 흐를 때"라면서 "결국에는 참을성이다. 포트폴리오 투자는 장기적으로 얼마나 참을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희운 한국투자신탁운용 솔루션본부장
출처: 한국투자신탁운용



인내의 기저에는 LTCMA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LTCMA의 운용 철학을 그대로 이식한 '한국투자TDF알아서ETF포커스' 펀드가 출시된 이후에도 박 본부장은 끊임없이 LTCMA를 점검했다.

신뢰는 결과로 보답했다.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크레디트스위스(CS) 등 은행권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자산 시장 모두 변동성이 커졌다. 그런 가운데 '한국투자TDF알아서ETF포커스' 펀드는 모든 빈티지에서 연초 이후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박 본부장은 "LTCMA는 192개월, 307개월, 408개월로 구성돼 있는데 이들 기간에는 IT 버블과 금융위기 등의 변수가 담겨 있다"며 "보통 CMA는 과거 15년 정도를 분석하는 데 그친 데 반해, 한투운용의 LTCMA는 노멀라이즈 피리어드(정규화 기간)라고 생각하는 시점까지 담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안에 나타났던 리스크, 리턴 프로파일을 다 고려했기에 SVB, CS 사태 등으로 변동성이 커지는 걸 우려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박희운 본부장은 셀, 바이 사이드를 넘나들면서 그 누구보다 액티브를 고집해왔다. 삼성자산운용에서 리서치팀장 및 센터장으로 10년 이상 몸담았던 그는 모델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면서 벤치마크를 상회하는 수익률을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시장 내 액티브 펀드의 수익률은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원인 중 하나로 그는 정보 규제 강화를 꼽았다.

박 본부장은 "이전에 펀드 매니저가 기업에 방문하면 여러 방면으로 정보를 교류할 수 있었는데,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정보 비대칭성 규제가 강화됐다"며 "실제 수익률 데이터상 규제 전후로 크게 달라졌다"고 했다.

시장을 이기기 어려워졌다는 걸 체감하자, 패시브 운용을 바탕으로 한 최적의 자산 배분을 찾기 시작했다. 7년의 세월 끝에 박 본부장은 LTCMA를 제작했고, 국내 투자자 기준 국내 채권·해외 주식 조합이 리스크 대비 수익률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박 본부장은 "더 이상 채권만으로는 인플레이션을 이길 수 없다"며 "인플레이션을 이기려면 주식처럼 리턴이 높은 자산을 섞어야 하는데, 그런 가운데 리스크는 리스크대로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IMF 등 국내 리스크로부터 자유로워지려면 해외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면서 "원화로 소비하는 입장에서 원화 인플레이션을 이기면서도 해외 인플레이션과 무관한 자산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그게 국내 채권"이라고 말했다.

자체 제작한 LTCMA의 중요성 역시 강조했다.

한투운용은 직업·연령별로 소득을 따져 밸류에이션을 측정한 휴먼 캐피탈 방식으로 TDF 운용 뼈대가 되는 글라이드패스를 제작했다.

미국과 한국의 휴먼 캐피탈을 비교해보면, 소득 추이가 완전히 달라 글라이드패스 상 상이한 결과를 도출한다고 강조했다. 자체 제작한 LTCMA로 최적화된 자산 배분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본부장은 "미국인과 한국인의 휴먼 캐피탈을 비교해보면 임금 피크가 전부 50대 중반으로 나타난다"면서 "60대로 접어들 때 미국인은 피크의 90%를 유지하는 반면, 한국인은 40%까지 떨어져 자산 배분 형태가 완전히 다르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LTCMA 제작에 이어 박희운 본부장의 다음 목표는 자산 배분의 '초개인화'였다.

한투운용은 작년 10월 TDF를 출시하면서 사모펀드 형식의 투자자별 맞춤 TDF를 출시할 수 있다고 공개한 바 있다.

휴먼 캐피탈 방식의 기존 TDF를 넘어 ETF로 개인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추천해 최적의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게 박 본부장의 포부다.

박 본부장은 "본인이 몇 가지 정보를 입력하면 ETF 포트폴리오가 제시될 것"이라면서 "자기가 만든 포트폴리오 벤치마크가 어떻게 움직이는 지도 보여줘 초개인화 서비스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액티브 펀드의 대부분은 패시브로 갈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ETF의 경우 비용도 싸기도 해 이를 통한 자산 배분은 보다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joongj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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