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 33년 구루·다재다능 이력…한국물 2위 안착 후 화려한 퇴임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한국물(Korean Paper) 시장의 혁신에는 늘 그가 있었다. 국내 보험사 최초의 달러화 신종자본증권을 시작으로 관련 조달 시장 형성을 이끈 것은 물론 한국물 하이일드 채권 재개를 뒷받침했다.

이승건 전 JP모건 채권자본시장부 본부장의 이야기다. 그는 한국물 시장의 키맨으로 안착해 JP모건을 지난해 KP 주관 실적 기준 리그테이블 2위까지 끌어올렸다. 이제 그는 33년간 몸담았던 금융업을 떠나 자신만의 '제2 인생'을 펼친다.

◇팔방미인 DCM 뱅커, 한국물 키맨으로 비상(飛翔)


3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이승건 전 본부장은 지난달 말 근무를 끝으로 JP모건 채권자본시장부 본부장직에서 사임했다. 2013년 JP모건으로 자리를 옮긴 지 10여년 만이다. 뒤를 이어 김지헌 본부장이 부채자본시장(DCM) 헤드직을 맡는다.



이승건 전 본부장은 외국계 투자은행(IB) 등 관련 업계에서 한국물 키맨으로 꼽힌다. 2007년 UBS에서 DCM 업무를 시작한 후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과 JP모건 등에서 입지를 쌓았다.

그의 이력은 DCM 뱅커로만 한정 짓기엔 부족하다. 국내와 외국계 은행·증권사를 넘나들며 화려한 이력을 쌓았다.

그는 1990년 국내 증권사에 입사해 리서치와 인수합병(M&A) 업무 등으로 금융업에 발을 담갔다. 이후 1997년 씨티은행으로 자리를 옮겨 외환 딜러와 파생상품 파트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모건스탠리 은행의 국내 안착에도 그의 역할이 상당했다. 2005년 모건스탠리로 자리를 옮겨 서울지점 설립 작업을 함께 했다.

파생상품 파트에서 활약하던 그는 돌연 DCM 파트로 발길을 돌렸다. 2004년 공기업들의 불법적인 파생금융상품 거래 행위 등을 기점으로 해당 시장이 위축되자 DCM에서 답을 찾은 것이다.

UBS와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등을 거치며 DCM 업력을 쌓은 그는 2013년 JP모건에 합류해 헤드 직에 올랐다.

이후 각종 틈새시장을 공략해 수익성 확보는 물론 지난해 공모는 물론 공·사모 한국물 주관 실적을 2위까지 끌어올리는 등 JP모건을 순위권에 안착시켰다. 수년간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과 HSBC의 양강 체제가 지속됐다는 점에서 JP모건의 도약은 더욱 눈길을 끌었다.

◇보험사 영구채부터 하이일드채까지…'최초' 혁신 거듭

그의 활약은 보험사 달러화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조달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2014년 코리안리가 발행한 국내 보험사 최초의 사모 달러화 신종자본증권을 시작으로 그는 해당 조달의 최전선에서 시장 안착을 이끌었다.

코리안리 이후 쏟아진 교보생명과 한화생명, 흥국생명 등의 달러화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딜을 주관하면서 다른 하우스와의 차별점을 드러냈다. 보험사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의 경우 해외 시장에서도 익숙지 않은 데다 구조 또한 복잡해 그의 역량이 더욱 부각됐다는 후문이다.

두산밥캣과 함께한 다양한 시도 또한 한국물 시장에 새바람을 불어넣었다. 2017년 두산밥캣 자회사인 클락 이큅먼트(Clark Equipment Company)의 달러화 텀론 B(Term Loan B) 조달을 담당했다. 이어 2020년에는 해당 회사의 달러화 담보부채권 주관으로 13년 만에 한국물 하이일드 채권(신용등급 'BB+' 이하)을 등장시키기도 했다. 두 조달 모두 두산밥캣이 지급보증하는 형태였다.

특히 달러화 담보부채권의 경우 JP모건이 발행물의 90%가량을 맡는 등 적극적으로 조달을 뒷받침했다.

그가 남들이 하지 않는 새로운 시도로 한국물 시장 혁신을 이끌어온 인물로 평가받는 배경이다.

연합인포맥스 'KP물 주관 종목(화면번호 4432)'에 따르면 JP모건은 그가 이끈 지난달까지도 꾸준히 실적을 쌓아 올렸다. 올해에만 KDB산업은행과 한국주택금융공사, 신한은행, KB국민은행 등의 공모 달러채 발행을 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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