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23일 아침 출근길에 한 통의 참고 자료 메일을 받았다. 발신인은 LG전자. 빠르게 훑어 내려가니 '압도적 1위'란 키워드가 눈에 들어왔다.

LG전자가 차세대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리더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근거로는 올 1분기 글로벌 올레드TV 시장에서 60%(출하량 기준)에 육박한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를 수성했다는 점을 들었다.

전체 TV 시장은 물론,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올레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늘어날 거란 전망도 담겼다. 최다 라인업을 보유한 '올레드 명가' LG전자의 시장 지배력이 더욱 제고될 거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로부터 25분 뒤 TV 관련 자료가 또 하나 도착했다. 이번엔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가 올 1분기 글로벌 TV 시장에서 점유율 32.1%를 차지하며 1위 자리를 지켰다는 내용이었다. LG전자와 달리 출하량 아닌 금액을 기준으로 삼았다. '경쟁사를 큰 격차로 따돌렸다'는 표현도 두 번 썼다.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는 QLED 시장이 성장했다는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1분기 QLED TV 판매량은 전년 대비 13% 증가한 373만대로 전체 TV 판매량의 8%를 차지했다. 이 중 삼성전자는 57.5%(215만대)를 점유했다.

양사의 자료는 상당히 유사하게 느껴졌다. 일단 제품이 'TV'로 같았고, '1위'라는 단어가 여러 차례 반복됐다. '압도적 점유율' '프리미엄 TV 시장 대세' 같은 주요 키워드도 겹쳤다.

심지어 LG전자는 '올레드TV=LG전자', 삼성전자는 '초대형 TV=삼성'이라는 동일한 형태의 표현을 썼다. TV 시장에 대해 잘 모르거나 자료를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도대체 누가 1위라는 건 지 한눈에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출처가 다른 것도 아니다. 양사 모두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옴디아가 발표한 자료를 인용했다. 똑같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사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요소를 찾아 '글로벌 1위'라고 자랑한 것이다. 물론 모두 다 '팩트'다.

두 회사가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는 건 단순히 가전 분야에서 전통적인 라이벌 관계라는 점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올 1분기 전 세계 TV 출하량은 2009년 이후 역대 1분기 중 가장 적은 4천652만1천800대에 그쳤다. 경기침체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수요가 크게 줄어든 탓이다. 하반기 이후 회복세가 예상된다고 하지만 마음을 놓기엔 이르다. 전체 파이가 줄어든 상황에서는 자연히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기업금융부 유수진 기자)


sjyoo@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9시 15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