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온 나라가 뒤숭숭하다. 전국을 뒤덮은 기록적인 폭염에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칼부림 사건과 모방범죄, 국제적 망신거리가 된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까지….
요샌 누굴 만나든 일단 같이 한숨부터 내쉬고 '나라 걱정'을 하는 게 일상이 됐다. 불과 3주 전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다. 오는 10일부턴 한반도가 태풍 카눈의 영향권에 들기 시작한단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에게 답답하고 불안한 나날이다.

이는 삼성전자의 '말 못 할 고민'과도 맞닿아 있다. 얼마 전 새로 선보인 '갤럭시 Z5 시리즈(갤럭시 Z플립·폴드5)' 얘기다. 혹여 지금의 국내 상황이 '신상' 폴더블 스마트폰의 흥행에 걸림돌이 될까 내심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누가 봐도 이상하지 않다. 야심 차게 준비한 제품의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잇달아 부정적 이슈들이 터지니 당연히 우려될 수밖에. 흥행과 직결되진 않더라도 시장 분위기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Z5 언팩 행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삼성전자가 갤럭시 최초로 국내 언팩을 개최하고 '갤럭시 Z5 시리즈'를 공개한 건 지난달 26일이다.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을 선도하는 삼성전자의 지위와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해줄 제품으로 화제를 모았다.

올해는 신제품 공개 행사부터 특별했다. 예년보다 날짜를 2주 앞당겼고 장소도 전례 없던 서울로 낙점했다. 집중호우·수해로 서울광장 이벤트는 취소해야 했지만, 대신 실내 언팩에 화력을 집중했다. 행사는 성공적이었다. 국내외에서 호평이 쏟아졌다.

그로부터 2주가 채 지나지 않았다. 심지어 아직 공식 출시(11일) 전이다. 7일까지 사전 예약을 받았고 8일부터 순차적으로 개통이 시작된다. 한창 신제품의 면면이 집중 조명 받고 입소문을 타야 할 시기에 온 국민의 관심이 다른 곳에 쏠려있다. 심지어 부정적인 이슈라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무겁고 다운돼있다.

준비 미흡·부실 운영 논란에 휩싸인 세계 잼버리는 대외적으로 국가 이미지를 깎아 먹는다는 점에서 특히 유감스러울 수 있다.

삼성이 한국 대표 기업이라는 건 차치하더라도 이번 제품은 최초 국내 언팩 등 예년 대비 '한국'과의 접점을 키운 게 특징이기 때문이다. 마케팅·홍보도 K컬처 등과 엮어 진행하고 있다. 언팩 초대장만 봐도 알 수 있다. 한글로 '언팩'을 적고 N서울타워, 경복궁 등 서울을 상징하는 디자인을 적용했다.

삼성전자 갤럭시 Z5 시리즈 언팩 초대장
[출처: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한옥, 병풍 등 한국의 멋을 표현한 옥외광고를 내걸고 K컬처를 결합한 숏폼 콘텐츠도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성공적인 잼버리 개최 등으로 한국의 위상 제고와 이미지 개선이 동반된다면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요소다.

삼성전자엔 이번 갤럭시 Z5 시리즈의 성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단순 신제품 그 이상의 의미다. 업황 악화로 2분기에만 4조4천억원 가까운 적자를 낸 반도체의 부진을 상쇄해줄 '구원투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다운된 회사 분위기를 단숨에 끌어올리고 직원,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 기운을 북돋아 줄 카드란 의미다.

자연히 회사 안팎의 기대도 크다. 삼성전자는 올해 폴더블폰 판매 목표를 1천만대 이상으로 잡아뒀다. 공들여 만든 좋은 제품을 열심히 팔기 시작하려는 차에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난 셈이다. 분위기상 대대적으로 홍보·마케팅을 펼치기도 뭔가 조심스럽다.

이런 상황에서도 삼성전자는 자사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했다. 그리고 국가적 행사인 잼버리의 원활한 운영에 가장 먼저 힘을 보태는 결정을 내렸다. 언제나 그랬듯 위기 상황 극복이 최우선이라는 판단에서다.

삼성전자는 지난 4일 국내 기업 최초로 음료 20만개를 지원했고 이튿날 소아 전문 인력 등으로 의료진을 꾸려 참가자들의 건강을 챙기기 시작했다. 7일부터는 신입사원 150여명을 현장에 파견해 환경미화를 돕고 ▲평택·화성 반도체공장 ▲수원 삼성이노베이션 뮤지엄 등 사업장을 개방, 견학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삼성을 시작으로 주요 기업들이 잼버리 지원에 팔을 걷어붙이며 현지 상황이 빠르게 개선됐다. 태풍 카눈의 북상으로 결국 조기 철수가 결정됐지만 한국과 잼버리를 바라보는 국내외 여론은 많이 개선됐다. 되찾은 일상과 정상화된 분위기가 삼성전자에 긍정적으로 되돌아오길 기대한다. (기업금융부 유수진 기자)


sjyoo@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8시 49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