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불과 한 달 전에 가장 우려했던 시나리오인 '달러 스마일(Dollar smile)'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본보 8월 14일 자 '달러스마일'로 본 '가짜새벽' 경계론 기사 참조> 달러화 강세와 맞물린 미국 국채 수익률 상승세가 엔화 약세로 이어졌고 원화 가치는 곤두박질쳤다.

◇ 더러운 세탁물 속 미국 것이 그나마 가장 깨끗

달러 스마일(Dollar smile)은 일반적으로 경기 회복기에 달러 가치가 상승하지만, 경기침체기에도 투자자들의 달러 매입으로 달러 가치가 상승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달러 스마일은 글로벌 경제가 침체일 경우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바탕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다는 점을 설명한다. 아울러 미국 경제가 상대적인 강세를 보일 때는 성장 격차에 되레 주목하며 달러화 수요가 늘어 달러화 강세로 이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더러운 세탁물 가운데 그나마 미국의 세탁물이 가장 깨끗해 보인다는 월가의 진단이 달러화 강세의 달러 스마일로 표면화되고 있다.

월가는 내년에도 달러화가 강세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내년에는 미국 경제 침체라는 전혀 다른 배경 탓에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점쳐졌다.

◇ 월가 미국 가계 저축률에 시선 집중

월가가 가장 주목하는 경제지표는 미국의 저축률과 초과 저축액 절대 규모의 소진 정도다. 해당 지표들이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를 가늠하는 선행지표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가계 저축률은 1959년부터 2023년까지 매월 조정됐고 평균 8.8%였다. 팬데믹(대유행) 때인 2020년 4월에는 무려 33.8%까지 치솟았다. 미국이 팬데믹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지급했던 지원급 급증과 봉쇄에 따른 소비 위축이 결합하면서 역대급 저축률을 기록한 것으로 풀이됐다.

이후 경제 재개와 인플레이션 압력 등으로 가계 저축률은 가파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연초 9.6%로 집계됐던 가계의 저축률이 지난 6월 현재 8.6%로 줄어드는 등 1%포인트나 내려앉았다. 가계의 초과 저축이 빠른 속도로 소진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팬데믹 직후 가계의 초과 저축 절대 규모는 무려 2조7천억 달러 수준이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이 가운데 지난해까지 1조1천140억달러가량이 소비됐고 올해 들어서도 추가로 소진돼 초과 저축의 절반가량은 이미 소진한 것으로 추정됐다.

◇신용카드 연체율·소비 관련 지표도 주목

이제부터는 고용이나 인플레이션 관련 지표도 중요하지만, 소비 관련 지표를 더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 가계의 초과 저축이 소진되고 소비가 둔화할 경우 기업 실적 부진 등으로 경제 침체가 불가피할 수 있어서다.

미국의 소매판매는 아직은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월에도 미국의 소매판매지수는 0.7% 증가해 월가의 예상치를 웃돌았다. 3분기 마지막 달인 8월 소매판매지수가 오는 12일 발표된다.

하지만 각종 보조지표 등은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소비도 둔화할 것이라는 점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특히 미국 신용카드 연체율이 다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향후 소비 둔화를 예고했다. 가계의 가처분이 소진됐다는 방증으로 여겨져서다.

미국 신용카드 연체율은 팬데믹의 파장이 지속됐던 2021년 1분기에 6.51%로 상승했다가 2022년 2분기에 4.57%까지 하락했다. 이후 2023년 2분기에는 5.08%로 1년 만에 급등세를 재개했다.

월가의 투자분석 회사인 로젠버그 리서치 & 어소시에이츠 창업자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최근 급증한 신용카드 연체율이 2008년 모기지 위기를 연상시킨다면서 은행이 대출 기준을 강화해 소비를 압박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일 치솟고 있는 국제유가도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에너지 비중이 큰 미국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그만큼 구축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지난 8일 전장보다 64센트(0.74%) 오른 배럴당 87.5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는 지난주에만 2.29% 올라 2주 연속 상승했다. 2주간 상승률은 무려 9.62%에 달한다.

미국 경제가 침체 국면에 진입하면 글로벌 경제도 둔화하기 마련이다. 글로벌 경제가 둔화하면 안전자산인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다는 게 달러 스마일 현상의 핵심이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 일봉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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