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월가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홀리데이 시즌(Holiday season)이 임박한 가운데 되레 노심초사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홀리데이 시즌은 한 해의 성과를 점검하고 마무리하는 기간이지만 올해는 미국 국채 시장 등 주요 자산 시장의 변동성이 증폭될 수 있어서다.

◇홀리데이 시즌에도 북클로징 제대로 못하는 까닭은….

홀리데이 시즌은 미국의 추수감사절, 블랙프라이데이가 포함된 11월을 시작으로 크리스마스, 하누카, 정교회 성탄절, 새해 첫날, 정월대보름 등 여러 민족이나 종교의 명절이 모여있는 새해 첫날 직후까지를 일컫는다. 특히 미국 등 소비자들이 이 시기에 쇼핑을 많이 하는 만큼 각종 기업이 특수를 노릴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한국의 한가위와 비슷한 특수를 누릴 수 있는 시기로 보면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하다.

이 때문에 대부분 투자자는 11월에 접어들면 사실상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는 등 북클로징을 위한 정지 작업에 들어가기 마련이다. 사실상 한해 투자를 마무리 짓고 휴가철에 돌입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올해 홀리데이 시즌을 만끽하지 못할 것으로 점쳐졌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는 미국 국채 시장이 한바탕 요동을 칠 수도 있어서다.

특히 미국 정치권이 파행을 거듭하면서 미국채 시장이 대재앙에 가까운 충격을 받을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됐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에 대한 우려가 한층 증폭됐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를 주도하는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이 두 번째 하원의장 후보인 짐 조던 법사위원장을 당내 불신임을 통해 사실상 축출하면서다. 공화당은 하원의장 후보를 새로 뽑을 예정이지만, 하원 차원에서 의장 선출에 반복적으로 실패하면서 미국 의회의 마비 상황이 장기화하고 있다.

이에 앞서 강경 트럼프 지지파인 공화당의 프리덤 코커스 소속 의원들은 미국 정치권을 마비시키는 데 성공했다. 케빈 매카시 전 미국 하원의장을 탄핵하는 데 성공하면서다.

민주당도 미국 의회 마비 사태를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식으로 대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방정부가 셧다운될 경우 내년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는 셈법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됐다.

◇월가 무디스의 경고에 새삼 주목

미국 정치권이 당장의 당리당략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사이에 미국채 등에 포지션을 구축한 투자자들만 좌불안석이다. 무디스 등 글로벌 신용평가 기관이 미국 연방정부가 셧다운될 경우 국가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서다.

무디스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 등 글로벌 3대 신용평가 기관 가운데 유일하게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a로 평가하고 있다.

무디스까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경우 여태까지와는 다른 파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됐다. 피치가 지난 8월에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 로 전격 하향 조정했을 때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메가톤급 충격을 받을 수도 있을 것으로 점쳐졌다.

피치가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던 지난 8월1일 연 4.03%에 나왔던 미국채 10년물 수익률 매수 호가는 지난 주말 기준으로 4.93%까지 치솟았다.

아직은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Aaa로 평가하는 무디스도 지난 9월에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연방정부 업무의 일시 중단)은 미국 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시 무디스는 "셧다운이 일시적이고, 정부 중심의 영역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다른 Aaa 국채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국 기관, 정부의 힘이 약하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무디스는 지난 8월7일 미국 중소은행 10곳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바 있다. 피치의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 이후 약 일주일 정도 지난 시점이었다.

월가는 무디스가 밝힌 지침이 10년 전 S&P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때 동원했던 표현과 일치한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하트포드 펀드의 채권 전략가인 아마르 레간티는 "AAA 등급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S&P와 마찬가지로 무디스도 현재 33조 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국가 부채의 지속가능성보다는 선출직 공무원의 '의사결정 과정'의 기능 장애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연 5%에 눈앞에 둔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의 의미



<미국 국채 수익률 10년물 일봉 차트:인포맥스 제공>

월가는 미국 정치권 파행에 따른 우려를 벌써 가격에 일부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됐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고위 관계자들이 비둘기파적인 행보를 강화하는 가운데 미국채 수익률이 연일 급등하고 있어서다. 연합 인포맥스(화면번호 6532)에 따르면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한때 4.9970%에 호가되며 16년 만에 최고치로 급등했다. 무려 25조 달러 규모에 이르는 미국 국채 시장이 수급 불균형과 투자심리 위축 등으로 동요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월가가 다음 달 1일에 결과가 나오는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을 위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보다 미국 의회를 더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는 11월 17일까지 내년도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미국 연방정부가 셧다운될 위기에 놓여서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은 AAA'라는 오래된 인식의 종말이 불과 한 달도 남지 않은 셈이다. 무디스까지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을 경우에 대비한 점검이 절실한 시점이다.(뉴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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