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월가의 분위기가 일주일 사이에 급변했다. 고공행진을 거듭했던 미국 국채 수익률이 뚜렷한 하향 안정세를 보였고 달러화 강세도 빠른 속도로 진정될 기미를 보였다. 기술주 중심으로 구성된 탓에 전형적인 위험자산인 나스닥종합지수는 6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이는 등 뉴욕증시에 이른바 산타 랠리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모두가 미국 비농업부문 신규고용이 둔화된 덕분이다. 둔화된 고용지표가 미국의 중앙은행이면서 사실상 세계의 중앙은행 노릇을 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적인 통화정책 행보를 종식시킬 것으로 풀이됐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악재가 됐을 고용 둔화 소식이 산타 랠리를 위한 썰매가 된 셈이다. 나쁜 뉴스가 자산 가격에는 되레 호재로 작용하는 전형적인 경우다.

◇파월의 '너무 많은 긴축' 관련 발언 주목

월가는 연준이 지난 1일 통화정책 결정을 위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2회 연속 동결할 때부터 산타 랠리의 징후를 감지한 것으로 풀이됐다. 연준이 통상적인 경우 연말에는 기준금리를 조정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이번에도 지킬 것으로 확신했기 때문이다.

시장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긴축적인 금융시장에 주의를 기울이며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발언한 데 주목했다. 파월 의장은 당시 기자회견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출 정도로 통화정책이 충분히 제약적 스탠스를 달성했는지 확신을 갖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릴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제약적인 정책 스탠스를 달성했는지 자문하고 있다"며 금리가 충분히 높은지, 그렇지 않은지 확신할 수 없다고 봤다. 그는 또 "장기 국채수익률 상승과 금융 여건 긴축에 기여하는 것들에 주의를 기울이며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월가는 파월이 "너무 많은 긴축을 하면 경제에 불필요한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설명한 대목을 주목했다. 각종 경제지표만 뒷받침된다면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종식됐다는 신호탄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스닥종합지수 일봉 차트
연합인포맥스


월가는 서둘러 산타 랠리 모드를 장착했고 위험자산을 중심으로 매수세를 대폭 강화했다. 전형적인 위험자산인 나스닥종합지수는 연준의 FOMC 결과 발표 당일에만 1.64%나 올랐고 지난 2일에는 1.78%가 뛰었다. 고용보고서가 발표된 지난 주말에는 1.38%나 추가로 상승했다. 지난달 26일 12,595.65였던 지수는 지난 주말 13,478.28을 기록하는 등 빅랠리를 펼쳤다.

◇비농업부문 신규 고용 절대 수치보다 임금 상승률 주목

시장은 지난 주말까지 안도랠리를 펼친 가장 큰 이유를 둔화된 고용지표에서 찾았다. 특히 비농업부문 신규고용 절대 수준보다는 둔화된 임금 상승률에 주목했다. 임금 상승이 물가를 자극하는 악순환 고리가 약화되거나 사실상 끊어진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시간당 평균임금 상승률은 전월대비 0.2% 올랐다. 직전월에는 0.3% 올랐고 시장은 이번에도 0.3%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전년동월대비 기준으로는 4.1%가 올라 직적월의 4.3%에서 상승폭이 둔화됐다.

비농업부문 신규고용은 15만명 늘어나는 데 그쳐 18만명이었던 시장 예상을 제법 큰 폭으로 밑돌았다. 민간부문 취업자수는 9만9천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시장은 14만5천명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 부문 고용 5만1천명 증가가 없었다면 더 참담한 수준이 됐을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다 민간부문에서도 세부적으로 제조업 부문에서 3만5천명의 신규고용이 줄고 운수창고업에서도 1만2천명의 신규 고용이 줄었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파월을 비롯해 연준 고위 관계자들이 그동안 줄기차게 강조했던 "너무 많은 긴축을 하면 경제에 불필요한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징후가 나타난 셈이다.

월가의 이런 심증은 미국 국채 시장에서 더 확연하게 드러났다.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FOMC 결과가 나오기 직전인 지난달 31일 연 4.93% 수준에 호가가 나왔다가 지난 3일에는 4.51%로 호가를 낮췄다. 4영업업일 사이에 무려 42bp나 낮아진 셈이다. 연준의 통화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미국채 2년물 수익률도 같은 기간 5.09% 수준에서 4.86%로 23bp 호가가 낮아졌다.

월가를 중심으로 글로벌 투자자들의 위험선호 심리가 회복되면서 달러 인덱스도 극적인 하락세를 보이는 등 달러화 약세를 반영했다. 안전 통화인 달러화에 대해 쏠림 현상을 보였던 안전선호 심리가 누그러진 영향이다. 달러 인덱스는 지난 1일 장중 한때 107.114를 기록한 뒤 하락세를 거듭해 지난 주말에는 105.120으로 장을 마쳤다. 3영업일 사이에 무려 1.90%나 하락한 셈이다.

◇매파 연준 점쳤던 일부 월가 전문가도 백기투항

연준이 연말까지 매파적인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고 점쳤던 월가 전문가들도 속속 백기투항하고 있다. 뱅크오보아메리카(BofA) 등 연준이 12월에 이례적으로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점쳤던 기관들은 필요성이 낮아졌다고 인정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12월에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95.2%,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4.8%에 그쳤다.

금융시장 사정 혹은 경제지표로만 보면 사실상 연말 산타 랠리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산타 랠리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아직도 수두룩하다. 당장 부활절 연휴 직전에 불거질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가능성이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됐다. 이스라엘이 미국의 자제 권고에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인 하마스와 지상전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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