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필중 기자 = 삼성자산운용은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ETF 시장이 커지면서 운용사 간 경쟁도 격화됐지만, KODEX라는 브랜드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각 운용사가 갖추게 된 한국무위험지표금리(KOFR) ETF를 처음 선보인 곳도 삼성운용이다.

오랜시간 리딩 컴퍼니의 지위를 유지해 온 비결은 무엇일까.

임태혁 삼성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은 트렌드를 좇기보다는 퀄리티 높은 상품을 공급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좋은 상품을 공급하다 보면 그에 맞는 시장 국면이 찾아올 때 자연스레 투자자들이 찾게 된다는 것이다.

임태혁 본부장은 14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렌드 만을 보고 상품을 상장할 경우, 시장 환경이 예상과 부합했을 때 관심을 받을 순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좋은 상품을 쭉 상장해 놓으면 특정 국면에서 활용될 수 있는 ETF로 자연스레 자금이 모이게 된다"고 말했다.

임태혁 삼성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

 


실제 삼성운용은 다른 운용사와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올 하반기부터 주식형 ETF가 다시 출시되기 시작했는데, 삼성운용은 채권형 ETF도 선보이며 라인업 확장에 주력했다. 그 과정에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과 제휴해 미국 채권 ETF 3종을 상장했다. 협업을 통한 외연 확대다.

임 본부장은 "투자자에게 최고의 퀄리티를 갖춘 상품을 제공하고자 다양한 곳과 협업하고 있다"며 "채권형 ETF도 채권 운용을 잘하는 채권운용본부와 일부 협업하고 있고, 작년에 상장했던 미국배당 프리미엄 액티브 ETF도 앰플리파이와 미국 옵션 전문 운용사인 CWP에 운용 자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임 본부장은 2008년 운용업계에 처음 발을 들였다.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채권운용팀에 입사한 그는 2013년 삼성자산운용 ETF운용팀에 합류했다. 이후 ETF운용본부장 자리에 오른 그는 2022년 말 상무로 승진하며 '80년대생 임원'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됐다.

그는 시장에 투자하는 ETF의 가능성에 주목했다고 회상했다.

임 본부장은 "주변 사람들에게 펀드에 대한 개념을 설명해주면 할 말이 없었다"며 "펀드가 매년 시장을 이길 수도 없는 노릇이라 펀드를 추천해주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ETF는 펀드와 달리, 시장에 투자하는 상품이며 주식처럼 사고 팔 수 있다"며 "패시브 ETF의 경우 본인이 생각한 만큼 성과가 실현되는 상품"이라고 부연했다.

임 본부장은 ETF가 민주적인 상품이라는 점에서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내다봤다.

특히 ETF의 장점인 낮은 보수, 접근성 등은 퇴직연금 시장에서도 주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블랙록이 2014년에 타깃데이트펀드(TDF) ETF를 전부 상장폐지 했다가 최근 9개 라인업을 한 번에 갖췄다"며 "미국은 우리나라 확정기여(DC)형처럼 401k라는 퇴직연금 비히클이 있는데 대기업과 중견기업 외의 근로자들을 커버할 수 없다. 이들을 위해 마련한 것"이라고 짚었다.

기관 역시 ETF 시장에 점차 관심을 가지는 모습이다.

임 본부장은 "일반 펀드의 경우 자금을 집행했다가 성과가 좋지 않으면 떠나기도 하는데, 패시브 ETF는 어떻게 운영될지 예측하기 쉽다"며 "2022년까지 개인 비중은 35%까지 늘었다가 올해는 줄었는데 그만큼 기관 자금이 많이 들어왔다"고 했다.

또한 "채권을 운용하시는 기관 분들 중에서는 ETF가 거래소에 상장돼 있어 이를 주식으로 보는 분들이 많았다"며 "최근 채권형 상품도 다양해졌고 마케팅을 통해 설명하기도 해 채권형 상품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를 기점으로 채권형 ETF가 부흥했듯, 내년에도 그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임 본부장은 "주식형 상품은 현재 굉장히 다양한데, 채권형 ETF는 본격적으로 공급된 지 몇 년 되지 않아 라인업을 확충하려는 노력이 이어질 것"이라면서 "채권은 결국 크레디트 수준과 듀레이션 수준의 매트릭스로 상품을 계속 개발할 수 있다. 현재 나온 상품도 한국, 미국 채권 2종밖에 없어 다양한 상품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리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금리가 내려간다는 것은 결국 경기가 침체할 것이라는 의미기 때문에 소프트랜딩 혹은 하드랜딩이 될지는 잘 판단해야 한다"이라면서 "미국 30년 채권 등 장기채는 듀레이션이 길어 상당한 자본차익을 거둘 수 있어 채권 트레이딩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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