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채권 투자자들의 안면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치솟기만 했던 미국 국채 수익률이 큰 폭으로 하락세를 보이는 등 본격적인 랠리의 조짐을 보이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사실상 첫 채권시장 호황 국면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 일봉 차트:인포맥스 제공>

◇크레디트 마켓 점검 필요한 까닭

하지만 아직은 안심하기 이르다는 진단도 제기됐다. 그동안 글로벌 금리가 급등하면서 크레디트 마켓(credit market)을 중심으로 또 다른 균열의 조짐도 감지되고 있어서다. 크레디트 마켓은 투자자가 회사채를 매수하거나 신용(credit) 연관 상품에 투자하는 시장을 일컫는다.

일부 월가 전문가들은 그동안 글로벌 큰 손들이 투자비중을 확대했던 사모대출(PD:Private Debt)상품 등에 대한 중간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사모대출상품 등 크레디트 마켓이 금리 상승기에 유동성 축소 국면에서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인기를 끌면서 쏠림 현상도 감지됐기 때문이다.

지난 2년여 동안 크레디트 마켓의 사모크레디트펀드(PCF:Private Credit Fund)와 사모대출펀드(PDF:Private Debt Fund)는 금리 상승기에 채권투자를 대체할 수 있는 유용한 투자수단으로 각광을 받아왔다.

사모크레디트펀드와 사모대출펀드는 기업 지분에 투자하고, 기업가치 상승으로 수익을 내는 사모펀드(PEF)와 달리 기업에 대한 대출을 통해 이자수익 형태로 수익을 창출한다. 주로 비상장기업과 중소기업에 직접대출을 집행해 PEF보다 수익성은 낮지만, 담보가 있어 리스크가 낮은 장점이 있다.

해당 상품군은 전형적인 신용파생상품인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Collateralized Loan Obligation)의 하나로 대체 투자 수단으로 글로벌 큰 손들의 인기를 한 몸에 끌어왔다.

◇대체 투자수단으로 인기…수익률도 고공행진

세계 최대 채권 전문 자산운용사 가운데 하나인 야뉴스 핸더슨이 운용하는 'Janus Henderson AAA CLO ETF(JAAA)'의 올해 들어 현재까지 수익률이 무려 6.93%에 이른다. 해당 상장지수펀드(ETF)는 야누스 핸더슨이 3년 전에 출시했고 설정 잔고가 46억달러에 이른다.

이와 달리 전체 채권시장에 노출된 일부 상장지수펀드(ETF)는 수익률이 두자릿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가 최근 들어서야 겨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예컨대 자산 920억 달러 규모의 세계 최대 채권 펀드 중 하나인 'iShares Core U.S. Aggregate Bond ETF(AGG)'의 총수익률은 지난주 초반까지 마이너스를 기록하다가 최근 들어 겨우 마이너를 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른바 미투(me too) 상품군도 줄줄이 출시됐고 좋은 성과를 얻었다. 투자전문 매체 배런스에 따르면 2억250만 달러 규모의 벤에크(VanEck) CLO ETF(CLOI)의 연율 환산 30일 수익률은 6.46%다. 5천600만 달러 규모의 '블랙록(BlackRock) AAA CLO ETF(CLOA)'도 동일 기준 6.71%의 수익률을 올렸다. 3천300만 달러 규모의 인베스코(Invesco) AAA CLO Floating Rate Note ETF(ICLO)의 동일 기준 수익률은 7.13%다.

◇쏠림 우려…기업파산 급증

그동안 금리가 워낙 가파르게 상승한 탓에 일부 종목을 중심으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으로 지적됐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유럽중앙은행(ECB) 등 글로벌 주요국 중앙은행이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기준금리를 가혹하게 올린 탓에 기업들의 파산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아직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미국채 수익률과 크레디트물의 스프레드도 일부 정크본드를 중심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크레디트 스프레드가 800bp 이상으로 벌어지면 어김없이 크레디트 리스크가 가시화됐다는 역사적 선례도 투자자들의 경각심을 자극하고 있다.

제로금리 혹은 마이너스 금리였던 팬데믹 시절에 성행했던 기술기업들의 크레디트물 언더라이팅(underwriting)은 사실상 개점 휴업이라는 점도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그만큼 기술기업들의 돈줄이 마르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유가증권 인수에 해당하는 언더라이팅은 회사채 등 유가증권을 발행하는 데 있어서 이를 투자자에게 판매할 목적으로 유가증권의 발행인으로부터 그 전부 또는 일부를 취득하는 행위를 일컫는다.이 과정에서 언더라이팅 담당 금융회사는 수수료를 받고 발행인을 위해 회사채 등 유가증권의 모집 또는 판매를 주선하거나 기타 직접 또는 간접으로 유가증권의 모집 또는 판매를 분담한다.
미래의 성장 가능성에 기댄 기술 기업의 경우 신디게이트론(syndicated loan)실적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신디게이트론은 두 기관 이상의 대여기관이 공통의 조건으로 일정 금액을 융자해 주는 중장기 대출을 일컫는다.

시장에서 유동성이 마르면서 크레디트물의 손바뀜이 어려워졌다는 점도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됐다. 경기침체에 따른 기업들의 파산 가능성 등 펀드멘털 요인뿐만 아니라 크레디트물의 거래량 부족 자체가 리스크가 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공짜 돈 전성시대 이후 이제는 숙취 해소의 시대

3년 전 사실상 공짜 돈을 바탕으로 흥청망청했던 크레디트 시장이 이제는 파티 뒤의 숙취에 해당하는 행오버(hangover)에 시달릴 때가 됐다는 의미다.

상당 기간 지속될 고금리가 생명보험사 등 자산의 듀레이션이 긴 투자기관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도 눈여겨봐야 할 것 같다. 연준이 아직도 공격적인 양적긴축(QT) 행보를 거듭하는 가운데 유동성 고갈이 장기물을 중심으로 더 큰 파장을 몰고 올 수도 있어서다. 생보사는 보험금인 부채가 장기물인 탓에 자산도 장기물로 취득하는 이른바 ALM(Asset & Liability Management) 기법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참고로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리고 양적긴축(QT)까지 단행됐던 지난 1980년대에는 미국의 생보사들이 줄도산했다. 고금리를 동반한 양적긴축은 예외 없이 매우 고통스러운 기간이었다는 점을 역사가 웅변하고 있다는 의미다.

항상 분위기가 좋아질 때 몸을 사려야 하는 법이다. 이제부터 크레디트 리스크를 본격적으로 주목해야 할 듯 하다.(뉴욕특파원)

n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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