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합병에 감원에 전직까지. 자산운용업계 분위기가 심상찮다. 수익성은 떨어졌는데, 그렇다고 핵심 비즈니스인 상장지수펀드(ETF)를 마냥 놓을 수는 없어서다. 저보수 기조로 흘러가는 ETF는 딜레마 그 자체다.

27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멀티에셋자산운용, 우리자산운용과 우리글로벌자산운용은 각각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운용자산(AUM)을 한데 모아 운용 시너지를 제고하겠다는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나, 이를 바라보는 운용업계 시선은 마냥 곱지만은 않다. 중복되는 부서는 정리하지 않겠냐는 일종의 구조조정 신호로 보고 있다. 멀티에셋운용의 담당 임원들은 고문 직책으로 이동하는 등의 소식도 전해진다.

삼성자산운용도 그 흐름에 동참하는 모습이다.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한 직원을 대상으로 퇴사 시 일부 지원하는 전직 지원프로그램을 운용할 예정이다.

일부 중대형 운용사에서도 ETF 이외 부서의 팀장급 이상 인력과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원 바람이 불 정도로 수익성이 악화하자, 저보수를 표방하는 ETF 등을 두고 운용사 내 고민이 커질 것이란 목소리도 나왔다.

현재 총 24곳의 운용사들이 ETF 비즈니스에 뛰어들었다.

최근 글로벌 인공지능 관련 ETF에서 순자산 1천억 원을 모은 타임폴리오자산운용처럼 소정의 성과를 거둔 곳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순자산 규모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대형사 중심으로 ETF 시장은 성장하면서 그 격차를 보였다. 올해 유독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금리형 ETF 대부분은 삼성·미래에셋운용 상품에서 크게 늘었다. 이들의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한국무위험지표금리(KOFR) 추종 ETF만 19조 원에 달한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보험사나 증권사를 끼고 있는 운용사들과 달리, 캡티브도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는 규모의 경제를 일으키기 어려워 ETF 비즈니스를 추진하기 점점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ETF 시장이 커지면서 인력 몸값도 치솟고 있어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액티브와 패시브 펀드 간 균형이 깨진 결과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패시브 펀드의 대표 상품이 ETF라면, 액티브 펀드의 대표 상품은 헤지펀드 등 사모펀드다. 지난 2011년 한국형 헤지펀드가 도입되면서 업계는 저보수인 ETF와 고보수인 헤지펀드 중심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식 및 채권시장 포화로 운용사 간 차별화가 그간 두드러지지 않았는데, 헤지펀드를 통해 타개할 것이라고 업계는 예상했다.

하지만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겪으면서 성장세는 잠시 주춤했다. 2019년 34조 원에 머물던 한국형 헤지펀드 설정액은 작년 말 40조 원을 기록하는 등 여건은 나아졌다지만, ETF 등에 비교하면 여전히 성장세는 더딘 편이다.

결국 주 먹거리로 ETF가 부상했다지만, ETF 내 과열 경쟁으로 그 진입조차 쉽지 않아지는 추세다.

자산운용사 다른 관계자는 "공모펀드가 침체하는 가운데 한국형 헤지펀드가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를 것이란 전망이 무색하게 한 축이 무너졌다"며 "기존 운용역들이 스타트업으로 빠져나간 것도 답보 상태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년 전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다 쓸 정도로 운용업계도 변화를 도모하지 않은 측면도 있었다"며 "새롭게 진입하는 운용사 입장에서는 치열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변화도 일어날 수도 있는 법"이라고 부연했다. (투자금융부 정필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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