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국제경제부 = 4일(이하 미국 동부시간) 뉴욕 금융시장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지난주 발언을 재해석하는 분위기였다.

지난 1일 파월 의장의 공개 발언 자체는 기존과 크게 다를 바 없었지만 시장은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가까워졌다며 위험 선호 심리를 강화한 바 있다.하지만 이번 주 들어 파월 의장의 발언을 지나치게 낙관할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반대 움직임이 나타났다. 주가와 채권가격은 전반적으로 하락했고 달러화 가치는 강해졌다.

뉴욕증시는 고점에 대한 부담 속에 하락했다. 지난 12월 첫 거래일에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연중 최고치로 마감한 바 있다.

채권시장은 하루 만에 정반대 반응을 보였다.

지난 1일 파월 의장의 발언을 비둘기파적으로 해석하며 미국 국채금리를 끌어내리던 시장은 4일에는 반대로 낙폭을 상당 부분 되돌렸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두고 서로 반대 입장인 투자자들이 팽팽하게 맞서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달러화 가치는 강세를 보였다.

미국과 유로존, 일본의 통화정책 속도가 제각각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 금리인하 기대가 과도하게 반영된 데 따른 되돌림이 나타나면서 달러화가 반등했다.

뉴욕유가는 사흘 연속 하락 마감했다.

주요 산유국의 감산량이 불확실한 가운데 세계 경기 둔화로 수요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주식시장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41.06포인트(0.11%) 하락한 36,204.44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24.85포인트(0.54%) 하락한 4,569.78로,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119.54포인트(0.84%) 떨어진 14,185.49로 장을 마감했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물 건너가면서 완화적 환경에 대한 기대로 주가는 연일 오름세를 보여왔다.

그동안 금융환경을 긴축시켰던 국채금리도 하락세를 보이면서 주가 랠리에 힘을 보태왔다. 다만 이날은 국채금리가 5~8bp가량 오름세를 보여 주가가 하락 압력을 받았다. 국제유가도 최근 연일 내림세를 보이면서 인플레이션 위험을 낮추고 있다.

11월 한 달간 3대 지수는 8~10%가량 올라 고점에 대한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S&P500지수는 심리적 주요 저항선인 4,600을 고지에 두고 차익실현 매물에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다우지수도 지난해 1월 이후 처음으로 36,000선을 돌파한 이후 숨 고르기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는 가운데, 매파(통화 긴축 선호) 성향의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가 현 통화정책이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추는데 적절해 보인다고 언급하면서 금리 인상 종료 관측에 힘이 실렸다.

파월 의장이 "금리 인상이 끝났다고 결론 내리기엔 이르다"라면서 균형을 맞추려는 모습을 보였지만, 시장에서는 연준의 금리 인상은 끝났다고 판단하고 있다.

더구나 시장은 연준이 예상보다 더 빨리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연준이 내년 3월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60%가량으로 보고 있다.

바클레이즈는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가 과도하다며 내년 연준이 금리를 100bp 인하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증시 약세론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JP모건의 기술적 분석가는 내년 증시가 고전을 겪을 수 있다며 S&P500지수가 기술적으로 3,500선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JP모건의 주식전략팀은 내년 지수 전망치를 4,200으로 제시한 바 있다.

스티펠도 내년 중순까지 S&P500지수가 4,650을 웃돌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현 수준보다 2% 더 높은 수준이다. 연준이 끈질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내년 상반기에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증시 상승폭이 제한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투자자들은 이번 주 후반에 나올 11월 비농업 고용 지표를 주시하고 있다. 해당 지표가 예상대로 둔화 흐름을 이어간다면 금리 인상 종료는 기정사실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의 지난 11월 비농업 부문 고용이 19만 명 늘어나고, 실업률은 3.9%를 기록했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0월에는 고용이 15만명 늘어나고, 실업률은 3.9%를 기록한 바 있다.

S&P500지수 내 11개 업종 중에서 부동산, 헬스, 산업 관련주가 오르고, 통신, 기술, 자재 관련주는 하락했다.

스포티파이는 전체 직원의 17%를 감원한다고 발표하면서 7% 이상 올랐다.

알래스카 항공의 주가는 회사가 하와이안 항공을 인수한다고 발표하면서 14% 이상 하락했고, 하와이안 항공의 주가는 192% 폭등했다.

우버의 주가는 S&P500 지수에 오는 18일부터 편입되기로 했다는 소식에 2% 이상 올랐다.

버진 갤럭틱의 주가는 리처드 브랜슨 버진 그룹 회장이 버진 갤럭틱에 추가 투자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17% 이상 하락했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주 나올 경제 지표가 더 둔화하면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스위스쿼트 은행의 이펙 오즈카데스카야 선임 애널리스트는 마켓워치에 "투자자들은 11월 일자리가 20만명 이하로 늘어나고, 채용공고는 추가로 줄고, 임금은 전월 대비로 약간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며 "지표가 더 둔화하면 연준 내 매파들을 시장에서 더 멀어지게 할 가능성은 커진다"라고 말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마감 시점 연준이 내년 3월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60.2%,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38.9%에 달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전장보다 0.45포인트(3.56%) 오른 13.08을 기록했다.


◇채권시장

연합인포맥스의 해외금리 일중 화면(화면번호 6532)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이하 미국 동부 시각) 현재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금리는 전거래일 오후 3시 기준보다 5.96bp 오른 4.287%를 기록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같은 기간 8.70bp 뛴 4.654%를 가리켰다.

30년물 국채금리는 2.20bp 올라 4.437%에 거래됐다.

10년물과 2년물 격차는 전 거래일의 -34.0bp에서 -36.7bp로 마이너스폭이 확대됐다.

국채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이날 미국 국채금리가 동반 상승한 것은 파월 의장의 최근 발언을 재해석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주 말 채권시장은 파월 의장의 발언을 두고 기준금리 인하가 가까워졌다며 매수 우위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10bp 넘는 하락세가 과도하다는 인식도 나와 이날은 국채시장이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시장이 너무 앞서 나가면 그 자체로 연준도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재고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앰버웨이브 파트너스 창립자인 스티븐 미란은 금융여건이 너무 완화됐다고 연준이 판단할 경우 중앙은행이 투자자들의 금리 인하 기대를 더욱 강하게 저지할 수 있다며 "국채금리가 다시 오르고, 주가가 하락하고, 달러가 강세를 보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이날 금리 되돌림 현상에도 불구하고 연준의 방향성은 금리인하로 옮겨가고 있다는 주장이 더 우세하다.

다우존스에 따르면 도이체방크의 이코노미스트들은 "현재 4.30% 수준인 10년물 국채금리가 4.05%까지 내려갈 수 있다"며 "심지어 2년물 금리는 현재의 4.65% 수준에서 3.15%까지 급격히 꺾일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주는 다음 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연준 관계자들이 공개 발언을 삼가는 블랙아웃 기간이다. 시장에 영향을 미칠 연준 관계자의 발언이 없는 만큼 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의 금리 경로를 두고 더 강하게 대립할 수도 있다. 이는 변동성 확대와 쏠림 현상으로 나타날 공산이 크다.

연준 외에 이번 주로 예정된 고용 지표도 시장 참가자들이 주목하는 재료다. 고용 상황에 따라 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론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외환시장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6411)에 따르면 오후 4시 현재(이하 미 동부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147.291엔으로, 전장 뉴욕장 146.859엔보다 0.432엔(0.29%) 올랐다.

유로-달러 환율은 유로당 1.08339달러로, 전장 1.08793달러보다 0.00454달러(0.42%) 하락했다.

유로-엔 환율은 159.57엔으로, 전장 159.74엔보다 0.17엔(0.11%) 하락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는 전장 103.223보다 0.43% 오른 103.665를 기록했다.

달러화는 주요 통화 대비 강세로 전환했다.

지난주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 기대는 너무 이르다고 언급했음에도 시장의 인하 기대가 자리를 잡았다.

파월 의장의 발언이 시장이 예상했던 수준을 크게 넘어서지 않으면서 과도하게 반영된 금리인하 전망은 달러화 약세를 부추겼다.

달러-엔 환율은 한때 146엔대에서 지난 9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날 장중 147엔대로 반등했다.

투자자들이 금리인하 베팅에 따른 달러 약세폭을 일부 되돌린 양상이다.

달러화가 최근 약세를 보인 것은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다이버전스(차별화) 영향이 크다.

미국 연준이 금리인상을 종료한 것으로 기정사실화되는 상황에서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은 완화 정책을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BOJ는 이날 총 1조500억엔 규모의 정례 국채매입을 공지하면서 장기물 국채에 대한 정례 매입 규모를 축소했다.

특히 10~25년 구간에 대한 매입 규모를 이전 회차 대비 500억엔 줄였다. BOJ가 장기물 구간인 잔존 만기 10~25년을 줄인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매입 규모 축소 이후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는 0.6%대에서 한때 0.70%대까지 높아졌다.

일본이 장기간의 저금리 정책에서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는 큰 변화를 앞둔 가운데 미국은 금리인상 정책을 종료한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국과 일본 간의 통화정책 차별화는 달러-엔 환율을 이끄는 변수가 됐다.

이에 따른 달러 약세, 엔화 강세 흐름이 이날 오후에는 달러 강세, 엔화 약세로 돌아섰다.

미국 국채수익률이 반등한 점도 달러화를 끌어올렸다.

10년물 미 국채수익률은 장중 한때 4.29%까지 올랐다.

2년물 미 국채수익률도 장중 4.64%까지, 30년물 국채수익률도 4.44%까지 고점을 높였다.

이번주에 나올 비농업 고용지표를 앞두고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것이라는 전망도 지속됐다.

유로화는 달러 대비 약세를 보였다.

유로-달러 환율은 1.080달러대에 저점을 기록한 후 약간 지지됐으나 여전히 전일 종가 대비 하락세를 유지했다.

ECB가 미 연준보다 빨리 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기대가 이어지면서 유로화는 달러보다 더 약세로 기울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일본간의 정책 차이로 달러-엔 환율이 더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모건스탠리 리서치는 "미국 연준이 더 일찍 더 큰 폭으로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본 엔화 대비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며 "그 하락폭이 미국과 일본 간의 정책 차이에서 이야기되는 것보다는 약간 작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불일치는 위험 선호 시장에서 엔 캐리트레이드에 대한 수요를 반영한다"며 "다만, 성장 데이터가 실제 분명하게 둔화 신호를 보일 경우 시장이 경착륙에 비중을 두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 되면 위험 자산의 조정으로 엔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기 시작할 수 있다고 이들은 내다봤다.

12월 미국과 유로존의 통화정책 결정이 유로-달러 환율을 더 낮출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모건스탠리는 "이번달 연준과 ECB의 통화정책 회의가 유로-달러 환율에 부정적인 촉매제가 될 수 있다"며 "연준은 현재 2024년 금리인하 확률이 거의 85%에 달하고, ECB의 주요 위험은 2026년에 인플레이션이 2% 미만이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2024년 초반에 금리 인하 논의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유시장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1.03달러(1.4%) 하락해 73.04달러에 장을 마쳤다.

유가는 지난달 30일부터 3거래일 연속 내림세다. 월간 기준으로 봐도 지난 10월과 11월 두 달 연속 하락한 데 이어 12월 들어서도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산유국의 협의체인 'OPEC+(플러스)' 회원국들이 어느 정도 규모로 감상할지 불확실한 점이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주 말 OPEC+는 일부 산유국이 석유 시장 안정과 균형을 위해 내년 1분기까지 하루 총 220만배럴의 감산에 나서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하루 100만배럴 자발적 감산도 여기에 포함됐다.

하지만 자발적 감산이라는 점이 시장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협의체 차원의 의무적 감산은 아닌 만큼 회원국들이 언제든 입장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이 불확실성을 키우는 상황이다.

오안다의 크렉 엘람 선임 시장 분석가는 "OPEC+의 자발적 감산 합의는 조금도 과장하지 않고 믿음이 가지 않는다"라며 "유가는 그때 이후 계속 하락세"라고 지적했다.

엘람 분석가는 "시장은 내년에 글로벌 경기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OPEC+의 발표는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RBC캐피털마켓츠의 마이클 트란 상품 및 디지털 인텔리전스 전략가는 "OPEC+ 회의 이후 유가 약세는 투자자들이 위험을 어떻게 다룰지 여전히 모르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다"며 "불확실성의 정도와 촉매제가 부족한 점을 고려하면 단기 경로는 하방일 것"이라고 말했다.

CMC마켓츠의 마이클 휴슨 수석 시장 분석가는 "유가가 하락하고 있는 데는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와 OPEC+ 합의에 대한 회의론, 미국의 석유 생산량 증대 등이 있다"며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계속 신기록을 경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하락으로 WTI 가격은 지난 11월 16일 이후 최저치로 내려왔다. 11월 16일 종가는 72.16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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