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적 물가이론(FTPL·Fiscal Theory of the Price Level)은 인플레이션을 통화보다는 재정적인 현상으로 평가하는 이론이다.

밀턴 프리드먼의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통화적 현상'이라는 말처럼 주류 경제학에서는 인플레는 통화량에 의해 결정된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세계화 등으로 유효성이 떨어진 통화수요함수, 유럽연합 공통 통화인 유로화의 등장 등으로 인해 재정이 인플레에 영향을 주는 주요한 변수라는 이론도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재정준칙의 필요성도 재정이 물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맥락에서 제기된 측면이 있다.

최근에는 로버트 배로 미국 하버드대학 교수와 프란체스코 비앙키 존스홉킨스대학 교수가 코로나 팬데믹 대응 시기 FTPL의 유효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주장을 내놨다.

이들은 "FTPL은 최근까지 주류 경제학에서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이는 1980년대 중반부터 2020년까지 많은 국가의 인플레가 낮고 안정적이었기 때문"이라면서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으로 정부 지출이 확대되고 인플레가 급등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코로나 위기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재정확대가 인플레의 핵심 동인이 될 수 있다"면서 "코로나 위기와 관련 대규모 재정개입은 높은 인플레를 유발하는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배로 및 비앙키 교수는 "코로나 위기 시 추가 재정지출의 40~50%는 예상치 못한 인플레이션을 통해 충당됐다"고 말했다.

코로나 대응으로 확대된 재정적자의 절반가량은 인플레로 인한 통화가치의 하락으로 부채의 실질규모가 축소되는 효과로 충당됐다는 것이다. 나머지 50~60%가량만 미래의 지출 감소나 세입(실질)의 증대 등 전통적인 방식으로 충당되는 것으로 이들은 분석했다. (오진우 금융시장부 기자)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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