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2주간의 연속 의무휴가가 대세가 된다면 증권사 컴플라이언스 이슈가 상당 부분 줄어들 겁니다"

일련의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국내 증권가에 내부통제 이슈가 화두로 떠오르자, 해외 투자은행(IB)과 은행들이 매년 1~2주 통째로 자리를 비우도록 하는 연속 의무휴가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전 세계 주요 글로벌 IB는 내부 거래자, 횡령자, 기타 사기 행각을 색출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5거래일의 연속 휴가를 강요하고 있다. 현금 승인과 지불 권한이 있는 모든 직원에 대해서는 최소 2주간의 연속 휴가 제도를 매년 실시한다.

국내 현지 법인 관계자는 "VP(바이스 프레지던트)급 이상이면 2주(10영업일), 그 이하는 5영업일짜리 블록 휴가를 가게 돼 있다"며 "민감한 상품을 다루는 직원이 숨기는 게 있다면 레벨에 따라 숨길 수 있는 기간이 한정될 테니 차등으로 운영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VP는 직역하면 부사장이지만, 국내 증권사로 따지면 과장에서 차장 정도의 직급이다. S&T(세일즈앤트레이딩)를 비롯한 실무자들이 차장 이상의 직급이 되면 2주간 통째로 자리를 비우는 게 외국계 증권사나 IB에서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다.

2주간 관계자들은 철저히 업무에서 배제된다. 사고를 냈다면 조바심을 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비즈니스 매니저는 책상에 있는 자료를 살피는 것부터 시작해서, 거래 샘플을 확인하고, 시장 범위 안에 들어오는 딜인지 등 전반적인 부분을 파악하게 된다.

의무휴가자는 시스템 접속도 차단돼 내부 접근이 불가능하게 된다. 휴가자는 해당 기간 이메일을 단순히 확인할 수 있는데, 이조차 불가능한 곳도 있다. 금융정보 단말기만을 볼 수 있는 수준으로 회사 내부 엑세스 범위도 제한된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2주간 휴가자의 업무 이력이나 자금 이동 등을 전반적으로 조사하는 게 증권사 사건·사고를 막는 데 유효한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통째로 1~2주간 자리를 비우는 의무 휴가와는 다른 불시 명령휴가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에 따라 명령휴가 제도가 금융투자협회나 은행연합회 등에 내부통제 기준으로 마련돼 있다. 증권사는 자금이나 결제, 운용을 비롯해 금융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이를 대상으로 명령휴가를 보내지만, 구체적 방안은 자율적으로 이행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지난해 11월 금융감독원과 은행연합회가 마련한 국내은행 내부통제 혁신방안 마련의 하나로 현재 연 1회 이상 해당자들에게 명령휴가를 이행하고 있다. 명령휴가 해당자들은 전체 인원의 과반이 넘는다.

은행권과 비교할 때 증권업계의 명령휴가 제도는 안착하지 못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통상 3영업일 간 유급휴가로 명령휴가를 실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내부통제 담당 부서가 연속해서 같은 직무에 있던 몇몇 이들을 대상으로만 시행하고 있다.

증권사 내부 감사에서 적발되기 전, 더 잦은 불시 명령휴가 제도 이행이 증권사의 사건·사고를 줄일 방법일 수 있다. 여기에는 외국과 같은 2주간의 의무휴가 제도 안착도 하나의 카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의무휴가 제도는 국내 증권업계의 영업 환경과 조직 특수성에 따라 안착되기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잔여 연차는 수당으로 받는 등 휴가조차 다 사용하지 않는 분위기에서 1~2주간 자리를 비우는 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금투협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들의 영업 환경과 휴가 문화상 정착되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CEO의 판단 등이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의 신뢰에는 균열이 생겼다. 올해 들어 증권사의 금융사고는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4년간 평균 발생한 증권사의 금융사고는 연평균 7.8건에서 올해에는 지난 11월까지 14건이 발생했다.

증권사 직원의 사금융알선, 프라이빗 뱅커(PB) 직원의 사문서위조, 고객자금 편취 등이 금융감독원에 적발됐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관련 횡령 사례도 있었다. 또 한 증권사의 IB 부서 직원은 특수목적법인(SPC) 관리 업무를 수행하며 5개월간 총 13회에 걸쳐 SPC 자금을 무단 인출하기도 했다. (투자금융부 한상민 기자)

여의도 전경, 여의도 증권가 모습
[촬영 류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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