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집행위원회, 내년 2월14일 전 최종 결론
EU 승인 받아야 3월 말 기간 연장

(서울=연합인포맥스) ○…'최종→최최종→진짜_최종→진짜_최최종→진짜_마지막_최최종'.
대한민국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음 직한 일이 있다. 최종인 줄 알았던 문서를 고치고 또 수정하고 다시 손보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다듬으며 파일명을 바꿔본 경험.

파일명에 글자를 추가할 때마다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길 기대한다. 하지만 어김없이 또 고칠 일이 생겨 '수정의 굴레'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많은 이들이 공감해 예능 소재로도 종종 쓰이는 웃픈(웃기면서 슬픈) 일이다. 의뢰인의 반복된 수정 요구에 파일명을 계속 업데이트하는 '디자이너의 저장법'이란 밈(meme)이 있을 정도다.

대한항공이 27일 정정 공시한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 관련 내용.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9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27일 '타법인 주식 및 출자증권 취득 결정' 공시를 또 한 번 정정 신고했다. 이번이 열두 번째로 더 이상 새롭지 않다. 2020년 11월 '첫 공시' 후 수정을 반복하는 동안 어느새 3년여가 지났다.

아시아나항공이 실시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주식 1억3천157만8천947주를 취득하는 내용이다. 매번 정정하는 부분은 '취득 예정 일자' 단 하나다. 해외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심사가 장기화하며 거래 종결 기한을 3개월씩 연장하고 있다. 유일하게 지난달에만 아시아나와의 합의서 체결이 수정 사유였다.

이번 공시로 '취득 예정일'이 기존 2023년 12월31일에서 2024년 3월31일로 변경됐다. 내년에도 인수 작업을 지속한다는 얘기다. 아시아나 역시 같은 날 대한항공을 상대로 하는 유상증자 공시를 수정했다. 마찬가지로 열두 번째다.

정정 횟수가 늘어가며 양사 모두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길 기대했다. 오매불망 기다리는 좋은 소식이 빨리 도착해 무사히 거래를 끝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그래야만 불확실성이 사라져 기업활동에 집중할 수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엔 기업결합이 수년째 '1순위' 이슈다.

예상보다 딜이 장기화하며 유무형의 손해도 막심했다. M&A 성사를 위해 투입하는 비용은 늘어만 갔고 이해관계자들은 서서히 지쳐갔다. 대규모 자금 투입이 차일피일 미뤄진 아시아나는 부채비율 2천%를 넘겼다.

다행히 EU 집행위원회(EC)가 내년 2월14일 전 결론을 내리겠다고 공표하며 긴 터널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EC에서 반독점 부문을 이끄는 디디에 레인더스 집행위원이 외신에 "일부 제안에서 매우 좋은 진전이 있었다"고 밝히며 승인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대한항공이 지난달 EC에 제출한 최종 시정조치안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해당 시정안에는 아시아나 화물부문 분리 매각과 유럽 중복노선에 대한 국내 타항공사 진입 지원 등이 담겼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 여전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모두 추가 정정 공시를 하지 않길 바랄까. 아이러니하게도 'NO'다. 현재로서는 최소 1번 이상 기한 연장을 원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내년 3월 말 다시 기한을 늘린다는 건 EC로부터 기업결합을 승인받았다는 전제 위에서만 가능하다. EC가 약속한 시한이 '2월14일 전'이기 때문이다. 즉, 무사히 EC의 문턱을 넘고 미국과 일본의 승인을 위해 연장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내년 상반기 중 미국의 승인을 목표로 시정조치안을 마련하고 있다. EC가 불승인하지 않는 이상 기한 연장이 예정된 수순이란 얘기다. 미국과 일본의 요구가 예상보다 까다로울 수 있단 관측도 나오지만 일단 EU 해결이 우선이다.

대한항공은 13번째 정정 공시를 할 수 있을까. EU가 못 박은 2024년 2월14일이 4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기업금융부 유수진 기자)


sj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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