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물량이 풀리기 전부터 개인과 기관 가릴 것 없이 사려고 줄을 선다. 고금리 시대에서도 이 같은 상품을 찾아보기 힘들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특정 자산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매력 넘치는 자산이라고 해도 매크로 환경 등에 따라 수익률이 줄어들거나 다른 자산군 대비 매력이 떨어질 법도 하지만 이 자산은 그렇지 않았다. 갖고만 있어도 쏠쏠한 수익을 내기에 수익자 입장에서 굳이 팔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 자산은 다름 아닌 만기 100년짜리 한국전력채권이다.

한국전력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전인 1996년 미국에서 만기 100년짜리 장기채권 2억 달러어치를 발행했다. 연 8%가 넘는 고금리 채권으로, 발전소 건설 등 장기 투자 목적으로 발행됐다.

당시 한전이 발행했던 만기 100년짜리 채권은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었다. 100년이라는 이례적인 기간의 장기채를 발행할 정도로 국가 공기업이 신용도를 갖췄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초장기 고금리 채권은 인기를 끌기 충분했다. 당시에도 매력적이라고 판단한 해외 보험사와 연기금들은 만기 보유 목적으로 재빨리 장기채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 입장에서는 그만큼 부담도 컸다. 장기간 높은 이자를 지불해야 하는 것은 물론 환율이 출렁일 때마다 환차손을 감당해야 했다. 이에 한전은 몇 차례 중도 상환을 시도했으나, 투자자 측에서 높은 프리미엄을 요구해 무산되곤 했다.

국내 고액 자산가 사이에서도 만기 100년 한전채는 큰 인기를 끌었다. 채권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았던 시절에도 증권사를 통해 간혹 소량의 물량이 풀릴 때마다 자산가들이 수소문해 투자할 정도였다. 확정 예약은 필수라는 후문이 있을 정도다.

고금리 환경이 도래하면서 개인들도 채권, 특히 장기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개인 민심을 살펴볼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작년 장기채 관련 ETF가 대거 상장됐다. 작년 시중금리가 올라가는 와중에도 개인들은 저가 매수 형식으로 관련 ETF를 사들였다. 각국 중앙은행이 올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자, 이자 수취 목적보다는 자본 차익의 기회로 개인은 받아들인 것이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이는데, 장기채는 특히나 금리에 민감해 가격 변동 폭이 큰 편이다.

증권사 한 ETF 상품 분석가는 "향후 금리가 인하된다는 예상 속에서 장기채 ETF 투자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편"이라면서 "개인들도 자본 차익을 좀 더 선호하기도 하고, 인컴 목적으로 투자하는 사람들은 주로 단기채에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본 차익 역시 투자 전략 중 하나라는 점에서 시장 논리를 따른다고 볼 수 있으나, 일각에서는 자본 차익만 노리는 투자를 두고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장기채 투자는 자본 차익의 수단이기도 하나, 다르게는 장기간 이자를 얻을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한전의 장기채처럼 고금리까진 아니더라도, 요즘처럼 사적 연금의 중요성이 커지는 시기에 꾸준한 인컴 수입원 하나쯤 만들어 둘 필요가 있단 의미다. 일시급으로 마련할 경우 노후 자산까지 소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상품이 TIF(타깃인컴펀드)다. TIF는 노후 자금을 최대한 보존한 채 생활비를 마련한다는 의도로 설계된 상품으로 평균 연 4%의 수익을 추구하고 있다.

자산운용사 한 채권 운용역은 "추후 기준금리가 2%대로 복귀할 거라고 가정한다면 지금의 금리 수준을 그대로 받을 기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며 "아파트 월세의 경우 수익을 환산해보면 평균 4%대 정도인데, 장기 국채 금리도 그 수준까진 아니더라도 비슷한 3%대 수준에서 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자산군"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금리 수준은 향후 수년 혹은 수십년도 못 볼 금리일 수도 있다"며 "기관이라면 몰라도 개인은 시가평가로 매길 이유가 크지 않아 이자 수취 목적으로도 투자해볼 법하다"고 부연했다. (투자금융부 정필중 기자)

여의도 전경, 증권가 모습
[촬영 류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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