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상품 차별화는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필수 덕목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800여개의 상품이 상장된 시장 속에서 투자자의 눈길을 끌려면 해당 ETF만의 '엣지'가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나스닥지수는 차별화하기 어려운 영역 중 하나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주식 중 가장 큰 성장 잠재력을 지닌 지수라 포기할 수 없지만, 이를 바탕으로 한 상품이 즐비해 차별화를 띠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21일 연합인포맥스 ETF 종합(화면번호 7101)에 따르면 현재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ETF는 총 829개다.
이 중 나스닥100을 추종한 ETF는 레버리지나 선물 상품 등을 제외해도 9개에 달한다. 일찍이 운용사들이 공략해오던 시장인 만큼, 관련 상품은 포트폴리오 내 기본 자산군으로 자리한 지 오래다.
최근 나스닥지수가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지난 12일 나스닥지수는 16,080.07을 기록하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역대 최고점인 16,212.23 부근까지 올라오며 다시 강세를 띠고 있다.
기술주들의 실적 호조가 나스닥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은 매출 증가로 주가가 최근 올랐다.
특히 엔비디아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성장 전망에 힘입어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45% 이상 올랐다.
이에 작년부터 한화자산운용 등 일부 운용사들은 기술주 중에서도 시총 규모가 큰 빅테크를 주로 담은,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 ETF를 내놓기도 했다. 매그니피센트7이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등 미국 대형 기술주 7종목을 뜻하는 명칭이다.
후발 주자 입장에서는 누군가 선점한 시장에 진입하기가 쉽지 않다.
나스닥지수의 경우 기본 포트폴리오 자산군이라는 점에서 그 수요가 꾸준히 유지됐다. 설령 겹치는 종목이 많아지더라도 보수 인하 등의 방식으로 후발주자들이 경쟁에 뛰어들곤 했다.
하지만 투자자의 니즈를 충족할 정도로 상품이 다양해지자 이마저도 어려워졌다. 올해 역시 나스닥 강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관련 상품이 점차 다양해져 진입에 있어 업계 고민이 커지고 있다.
ETF 업계 한 관계자는 "엔비디아 등 빅테크 실적이 여전히 견조해 성장 가능성만 따져본다면 올해도 유망하다고 볼 순 있다"면서 "이미 매그니피센트7 상품이 나오기도 했고,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순 없어 각 사가 고민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 경쟁의 과열로 ETF 운용역의 리서치 역량 역시 중요해지고 있다.
이전에는 기본 인덱스를 패시브 형태로 운용해왔다면 지금은 포트폴리오 차별화가 요구되는 시기다. 이에 운용 기법보다는 아이디어가 좀 더 중요해져 덩달아 리서치 능력이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기존에는 운용역들이 기업 이벤트나 차익 거래 기회를 통해 지수 대비 아웃퍼폼하는 방식으로 운용해 리서치에 큰 품을 들일 필요가 없었다"면서 "지금은 어떤 포트폴리오가 매력적인지를 계속 고민해야 해 운용사마다 리서치에 가장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눈에 들만한 포트폴리오를 갖추기만 한다면 보수가 다소 높더라도 투자자들이 찾고 있어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투자금융부 정필중 기자)
joongjp@yna.co.kr(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