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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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새해부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기 위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진적인 지배구조와 저조한 주주환원, 세금 문제 등이 얽혀 국내 증시 저평가를 초래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 지난달 말까지 남양유업의 최대주주였던 홍원식 회장이다.

홍두영 남양유업 창업자의 장남인 홍원식 회장은 1977년 입사했다. 1990년 처음 대표이사에 오른 뒤 30년 넘게 회사를 이끌었다.

그러나 2010년대 이후 대리점 갑질과 경쟁업체 비방 댓글 작성 지시, 손녀의 마약 사건 등 악재가 연이어 터졌다.

지분 매각 계기가 된 2021년 '불가리스'의 코로나19 억제 효과 논란도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홍 회장은 주주환원에도 무관심했다.

남양유업은 20년 넘게 매년 결산배당으로 약 8억원을 지급했다. 이익이 나든 손실이 나든, 규모와 상관없이 일정한 금액이다.

지난해 기준 보통주 시가배당율이 0.2%에 그치며 코스피 평균(2.7%)에 크게 못 미쳤다.

남양유업은 2019년 이후 자기주식을 매입한 적도 없다.

자본 배분 역시 효율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남양유업의 부채비율은 16%다. 10여년 넘게 20% 중반대를 넘어선 적이 없다.

서울우유협동조합과 매일유업, CJ제일제당, 농심, 오리온 등 다른 식음료 기업과 비교해도 확연히 낮다.

재무구조가 안정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자기자본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본사 직원 200여명의 근무지로 서울 강남 도산사거리에 위치한 15층짜리 사옥을 쓰는 것 또한 효율과는 거리가 멀다.

명품과 외제차 전시장이 늘어선 노른자 땅을 매각하거나 다른 사업자에 임대하면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일 수 있다.

무엇보다도 홍 회장은 정당하게 체결된 주식매매계약(SPA) 파기를 시도해 남양유업을 2년 넘게 불확실성으로 밀어 넣었다.

지난달 초 대법원에서 패소가 확정된 이후로도 홍 회장이 경영권 이전에 협조하지 않자, 한앤컴퍼니는 이달 초 법원에 임시주주총회 소집 허가를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남양유업 대표이사인 이광범 상무는 지난해 3월에 이사 임기가 만료됐지만 후임 대표가 선임되지 못해 직위만 유지하고 있다.

회사의 경영은 2021년 10월부터 경영지배인(상무)에게 맡겨져 있다.

그 결과 남양유업은 2021년과 2022년 각각 779억원과 86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에도 3분기 누적 적자 280억원을 기록했다.

이런 모든 것이 어우러져 지지부진한 남양유업의 주가로 나타났다.

10년 전 90만원 안팎이던 남양유업 주가는 지난 21일 60만9천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주환원이 미미했음을 감안하면 남양유업 주식 투자자의 10년 수익률은 약 -30%인 셈이다.

남양유업 최근 10년 주가 추이
[출처: 연합인포맥스]

 


심각한 저출산·고령화로 대한민국의 잠재성장률 하락에 대한 우려가 크다.

한국은행은 2040년대 들어 우리 경제가 역성장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이럴 때일수록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노동의 생산성은 물론이고, 자본의 생산성도 마찬가지다.

경제 활동의 중심은 결국 기업이다. 기업이 지배구조를 개선해 자본을 최대한 잘 활용해야 계속해서 국부가 쌓인다.

기업가치 제고 전문가 집단인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남양유업의 최대주주가 됐다.

새로운 주인이 '60년 기업' 남양유업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hs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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