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는 올해부터 회사의 전략적 차원에서 수주 목표 및 매출 전망을 공시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신용인 한화오션 재무실장(CFO·부사장)은 지난 21일 '2023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간 매년 공개해오던 연간 수주 목표를 앞으로는 비밀에 부치겠다는 것이다.

이유로는 '전략'을 들었다. 수주 목표 공개가 회사의 전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정확히는 수익성 우선 영업 전략, 즉 '선별 수주'다.

신 부사장은 "단기 실적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중장기 실적과 성장의 방향성이라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올해 한화오션은 연간 수주 목표와 매출 전망을 공시하지 않았다. 지난해 ▲매출액 9조4천217억원 ▲수주 목표 69억8천만불을 밝혔던 게 '마지막'이 됐다.

한화오션의 2023년 연간 수주 목표 및 매출 전망 공시. 2024년부터는 하지 않는다.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국내 조선 '빅3' 중 유일하다. 그간 이들 모두가 매년 초 연간 목표치를 대내외에 알려왔다. 올해도 경쟁사들은 어김없이 공개했다.

HD현대중공업은 ▲매출액 13조2천978억원 ▲수주 목표 95억2천800만불로 잡았다. 수주 목표의 경우 사업부별로 나눠 세부적인 숫자를 발표하기도 했다. 삼성중공업의 올해 전망은 ▲매출액 9조7천억원 ▲영업이익 4천억원 ▲수주 목표 97억불이다.

한화오션이 이번에 '비공개'를 결정한 건 선별 수주에 집중하겠다는 각오이자 경쟁사를 의식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사실상 '수주 목표' 그 자체보다는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달성률과 그에 따른 비교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현재 한화오션은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선별 수주 전략을 펴고 있다. 무조건 수주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미 3년 치 주문을 받아놓은 만큼 '수익성'을 최우선 순위에 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경쟁사 대비 수주 속도가 더딜 수 있다.

하지만 연초에 수주 목표를 밝히고 나면 이후 지속적으로 달성 현황이 업데이트된다. 수주할 때마다 연간 목표 중 얼마만큼 채워졌는지가 계산돼 '숫자'로 나온다. 그동안 3사는 경쟁하듯 보도자료 등을 통해 이를 홍보하곤 했다.

자연히 경쟁사의 숫자가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이에 매몰되면 무리해서 물량 확보에 나서 선별 수주 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경쟁사 대비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비칠 우려도 있다. 이 같은 부분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한 것이다.

대신 한화오션은 시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해 향후 매출 전망에 대해 추정할 수 있는 근거들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자체 해석에 기반한 업황 전망과 수주 방향성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컨콜에서 "올해 20척 이상 LNG선과 대형 컨테이너선 건조 물량이 상반기에 나가며 상선의 매출이 전체의 80%까지 확대될 것"이라며 "작년 대비 매출액 증가를 예상한다"고 대략적인 가이드를 줬다. "하반기 이후 손익이 많이 개선될 것"이라고도 했다. (기업금융부 유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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