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지난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사고 건수가 2만 건에 육박하고 사고액은 4조3천억 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보증금 사고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지만 정부는 근본적인 제도개선을 통한 사고예방보다는 사후 지원과 저소득자의 전세보증 가입 지원 등에만 머물고 있다.

5일 한국부동산원의 임대차시장 사이렌에 등재된 지난해 전세보증사고 기록을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결과, 전체 사고 건수는 1만9천350건, 사고금액은 4조3천34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임대차시장 사이렌은 지난 2022년 8월부터 월별로 전세보증금 사고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전세보증사고는 1월 968건 2천232억 원으로 출발해 8월 2천266건 4천946억 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9월에는 1천643건 3천661억 원으로 한풀 꺾이는 듯했으나 10월 1천930건 4천320억 원, 11월 1천867건 4천91억 원으로 다시 급등했다.

이후 12월 1천650건 3천690억 원, 올해 1월 1천333건 2천927억 원으로 내려왔다.

다만 올해 1월을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건수는 37%, 금액은 31% 늘어 전세보증금 사고가 줄었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른 것으로 풀이됐다.

2023년 월별 전세보증사고 금액 및 사고율 추이
[출처: 임대차시장 사이렌, 연합인포맥스]

 


돌려받지 못한 전세보증금을 받기 위해 진행되는 법원 경매건수도 지난해 12월에는 2만 건을 돌파했고 올해 1월에도 2만 건이 진행되는 등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다.

임대차시장 사이렌에 등재된 전세보증금 사고금액이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것인 만큼 피해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보증사고율은 전국 기준으로는 작년 8월 11.2%를 찍은 뒤 9월 7.4%, 10월 9.6%, 11월 8.4%, 12월 8.2% 등 하락하는 양상을 띠었지만, 수도권 사정은 전혀 달랐다.

전세보증사고의 다수를 차지하는 수도권의 보증사고율은 8월 13.7%에서 9월 8.8%로 내려왔다가 10월 11.3%, 11월 10%, 12월 10% 등 계속해서 두 자릿수 행진을 보였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자 10명 중 1명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국책 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은 지난 2022년부터 꾸준히 역전세 위험을 경고하며 임대인의 보증금 상환 능력을 확인하고 보증금 상환 능력이 높은 임대인과 계약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꾸준히 조언했다.

그런데도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제도 개선에 나서지 않고 있다.

그나마도 박상우 장관이 취임 이후 전세보증금을 임대인이 아닌 제3기관에 맡기는 에스크로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말한 것이 진전이라면 진전이다.

정부가 제도개선을 외면하고 전세임차인 보호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떠넘긴 탓에 4조원이 넘는 미반환 금액은 HUG가 짊어지게 됐다. HUG는 작년 반기에만 전세보증사고로 1조3천억 원을 비용으로 처리했다.

전직 건설 애널리스트였던 채상욱씨는 "전세사고는 지금 이 순간에도 170조 이상 문제가 나고 있고 이런 희대의 금융 스캔들이 생기고 있는데 왜 조용한가"라며 "담당했던 사람들은 문책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pna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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