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정원 기자 =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보증금 보증사고 여파로 하반기 은행권에서 대규모 자금 차입을 시행할 것으로 예상됐다.

보증사고 추세가 줄어들지 않으면 보유 시재로는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인데 은행권 차입으로도 충당되지 못할 경우 채권발행을 통한 시장조달도 병행할 것으로 관측됐다.

8일 HUG의 지난해 반기 재무제표에 따르면 이 기관이 전세보증금 반환요청에 대응할 수 있는 재원은 금융자산 6조1천326억 원 중 예치금 4조4천800억 원이다.

HUG가 지난해 대신 갚아야 했던 전세보증금 총액은 3조5천억 원이었는데 이 가운데 1조3천억 원을 작년 상반기 비용으로 처리했다.

여기에 5천억 원에 달하는 반기 보증료 수입을 감안하면 연말 예치금 잔액은 2조원을 조금 웃돌 것으로 추정됐다.

이 때문에 올해 전세보증금 사고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하반기에는 외부차입을 통해 유동성을 마련해야 한다. 임대차 시장 사이렌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보증금 사고액은 4조3천억 원이었다.

올해 1월 전세보증사고만 벌써 1천333건 2천927억 원으로 작년 1월과 비교하면 건수와 사고금액이 30% 이상 늘었다. 사고율도 5.8%에서 6.5%로 0.7%포인트(p) 증가했다. 따라서 전세보증사고 추세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HUG는 전세보증금 대위변제에만 2조원 이상의 외부 차입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됐다.

HUG가 올해 초 정관 개정을 통해 채권 발행을 가능하게 한 것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됐다.

공공기관이 금융권 차입을 통해 대규모 유동성을 조달한 것은 지난해 한국전력공사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한전은 2022년, 2023년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적자를 요금인상으로 해결하는 대신 대규모 채권 발행으로 메웠다.

문제는 초우량기업으로 통하는 한전이 시장 자금을 독식하다시피 하면서 일반 기업들의 불만이 고조됐고 한전은 채권조달을 줄이고 금융권 차입을 늘리는 쪽으로 선회했다.

당시 한전은 은행권을 대상으로 5천억 원 이상의 차입액을 제시했고 1천억 원 단위로 입찰에 참여하도록 했다. 보증 없이 신용으로만 대출을 실행하는 구조였다.

금리는 CD91일물에 가산금리(스프레드)를 더한 변동금리였다. 최저금리를 제안한 은행이 낙찰자로 선정됐는데 1차 입찰에서는 하나은행, 2차 입찰에서는 우리은행이 선정됐다.

관건은 은행권이 제시할 금리 수준이다. 한전은 3차 은행차입을 준비하다 KB국민은행이 제시한 금리가 높다는 이유로 중단했다.

HUG의 경우 한전 사례를 참고할 수 있지만 주택도시기금을 매개로 시중은행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HUG는 주택도시기금 운용기관으로 우리은행을 간사은행으로 하는 9개 은행과 위수탁계약을 맺고 있다. 일반 수탁은행은 국민은행, 농협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4곳이고 지역 일반 수탁은행은 대구은행, 부산은행이다. 기업은행과 경남은행은 청약수탁은행이다.

주택도시기금 위탁업무 자체는 은행에 수익을 가져다준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청약저축 등을 취급하는 데서 오는 고객 유치 이점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HUG는 이와 관련해 "현재 전세보증금 대위변제를 위한 충분한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다"며 "추가로 선제적인 유동성 확보를 위해 채권발행, 금융권 차입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며 자금상황 등을 고려해 구체적인 시기를 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세사기 피해자, 보증보험 취소 대책 촉구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부산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 등은 15일 오전 부산 남구 문현동 부산국제금융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일방적인 보증보험 취소를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2023.11.15 c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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