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혁웅 한화오션 대표(부회장)와 김성준 HD한국조선해양 대표(부사장)가 처음 만났다. 두 사람은 인사와 함께 명함을 교환했지만, 마냥 반갑게 웃진 못했다.

현재 양사가 놓여있는 '상황' 때문이다. 한화오션은 HD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 HD현대중공업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건조 사업 입찰을 막기 위해 고발장을 접수한 상태다. 양측이 무거운 주제를 품은 채 서로를 대면했다는 얘기다.

권 부회장과 김 부사장의 만남은 5일 중구 상의회관에서 성사됐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개최한 'K-조선 차세대 이니셔티브 제1차 회의'에서다. 이 자리엔 안덕근 산업부 장관과 배진한 삼성중공업 부사장, 연구기관 및 협회·단체 인사 등이 함께 참석했다.

두 사람의 말과 행동에 관심이 집중됐다. 회의 시작을 15분 정도 앞두고 권 부회장이 먼저 도착했다. 약 2분 뒤 김 부사장이 대기실에 들어왔다.

김 부사장은 입고 있던 코트를 채 벗기도 전에 먼저 도착해있던 참석자들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앉아있던 권 부회장은 김 부사장이 다가오자 자리에서 일어나 명함을 꺼냈다. 두 사람은 명함을 주고받고 악수도 했다.

권혁웅 한화오션 대표(왼쪽), 김성준 HD한국조선해양 대표가 명함교환을 하고 있다.
[촬영: 유수진 기자]

 



동종업계(조선·방산) 라이벌인 양사 대표의 만남은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다만 김 부사장이 대표이사에 내정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날 첫 만남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김 부사장은 작년 말 고문으로 물러난 가삼현 HD한국조선해양 부회장의 뒤를 이어 대표이사에 내정됐다. 오는 29일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정식으로 대표에 선임될 예정이다.

두 사람은 내내 동선이 겹쳤다. 행사 전 티타임 땐 안 장관 오른쪽에 김 부사장이, 왼쪽엔 권 부회장이 각각 자리했다. 회의실에선 두 사람이 나란히 안 장관 맞은편에 앉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날 회의의 내용은 조선 3사의 '협력 강화'였다. 민관은 우리나라 조선산업의 초격차 확보를 위해 향후 5년간 9조원을 공동 투자하기로 했다. 안 장관과 3사 대표들은 'K조선 공동 대응 협약서'에 서명도 했다.

김성준 HD한국조선해양 대표(가운데)와 권혁웅 한화오션 대표(오른쪽).
[촬영:유수진 기자]

 



두 사람의 첫 만남이 다소 어색했던 건 KDDX 건조 사업을 둘러싼 입장차 때문이다. KDDX는 해군이 오는 2030년까지 7조8천억원을 들여 6천톤(t)급 차기 구축함 6척을 도입하는 사업이다.

한화오션은 전날 KDDX 개념설계 보고서 유출 등과 관련해 HD현대중공업 임원의 개입 정황이 담긴 고발장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게 제출했다. 방위사업청의 행정지도 결정으로 HD현대중공업의 입찰 참가가 가능해지자, 직접 고발에 나선 것이다.

이날 오전 이와 관련한 언론 대상 설명회도 열었다. 이 자리에는 130여개 언론 매체가 참석하는 등 관심이 뜨거웠다.

앞서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군사기밀 탐지 수집 및 누설 혐의로 작년 11월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방사청은 '임원'의 개입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HD현대중공업을 '부정당 업체'로 지정하지 않았다. 부정당 업체 지정 시 국가사업 입찰이 제한된다.

사실상 단독 입찰을 기대했던 경쟁사 한화오션은 해당 행위를 지시하거나 개입·관여한 임원을 수사해 처벌해 달라며 경찰청으로 달려갔다. 반면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의 문제 제기는 이미 사법부의 판결과 방사청의 심의로 종결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권 부회장과 김 부사장은 이날 KDDX 관련 대화는 일절 나누지 않았다. 권 부회장은 "대한민국의 근간인 조선업을 위해 관과 기업, 학계가 어떻게 협동하고 어떤 방향으로 갈 지 처음 논의한 자리"라고만 했다. KDDX 입찰 준비에 대해선 "절차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 "오늘은 다 같이 협력하자는 차원에서 모였으니 그건 따로 말씀드리는 게 나을 것 같다"며 입을 다물었다. (기업금융부 유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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