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최고령 매니저…새 세대 물려줄 때"
시황에 흔들리지 않고 가치투자 일관성 유지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


(서울=연합인포맥스) 정필중 기자 = 신영맨이자 1세대 가치 투자자.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를 지칭하는 단어들이다. 그는 30년 넘게 신영금융그룹에 몸담으며 신영밸류고배당 펀드 등 굵직한 펀드를 남렸다.

허 대표는 물러나면서도 '가치 투자라는 신영운용의 근간'은 유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7일 허 대표는 연합인포맥스에 "신영자산운용은 밸류 투자만 28년 넘게 해온 회사"라면서 "내가 없어진다고 회사가 갑자기 반대로 움직인다거나 하는 그런 변화가 있으면 안 되는데, 시기적으로 그런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허 대표는 30년 넘게 신영금융그룹에서 일했던 대표적인 '신영맨'이다. 63년생인 허 대표는 1989년 신영증권에 입사해 애널리스트로 활동했다. 이후 1996년 신영투자신탁운용(현 신영자산운용) 창립 멤버로서 펀드매니저가 된 그는 최고투자책임자(CIO), 부사장 등을 거쳐 2017년 대표로 선임됐다.

신영운용의 대표 펀드로는 '마라톤펀드'와 '밸류고배당펀드' 등이 꼽힌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페이스를 잃지 않는다는 신영마라톤펀드는 대표적인 가치 투자 펀드로, 주식형 기준 설정 이후 658.7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최근 1년 기준으로도 13.34%라는 수익률을 거뒀다.

밸류고배당펀드 역시 대표 펀드로 거론되는 상품 중 하나다. 배당 수익이 높은 저평가 기업을 주로 담는 이 펀드는 연초까지 모펀드 기준 설정액 1조 원을 유지한 공룡 펀드다. 두 펀드 모두 허 대표가 현재까지 책임 운용역으로 이름을 올린 펀드들이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과 강방천 전 에셋플러스자산운용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대표적인 가치 투자자로 불린 그였다. 하지만 투자 원칙과 별개로 시황은 만만치 않았다.

작년 국내 증시는 2차전지 광풍이 불었다. 2차전지의 잠재력에 투자하는 이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관련 종목 수익률은 크게 올랐다. 테마주 열풍으로 가치주가 힘을 쓰지 못하자, 신영운용은 상대적으로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했고 결국 국민연금 위탁자금이 회수됐다.

올해 시장 분위기는 작년과 사뭇 달라졌다.

연초 정부는 기업 가치를 제고하고자 '밸류업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상장사 스스로 PBR(주가순자산비율)과 ROE(자기자본이익률) 등 핵심 지표를 분석하고 기업 가치 개선 방안을 알리는 게 주 골자다.

투자자들 역시 옥석 가리기에 한창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기대가 커지면서 외국인은 물론, 개인들 역시 저평가 종목에 눈길을 주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저평가 업종인 보험, 증권, 금융업은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이후 각각 37.12%, 20.63%, 20.52% 올랐다. 가치 투자를 고수해온 신영운용 입장에서는 능력을 선보일 기회가 마련된 것이다.

허 대표는 "현재 동향을 보면 밸류 스타일 투자가 돌아오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일본도 그런 움직임이 있었고 우리도 그런 경향을 따라가는 부분이 있다. 투자 결실이 2, 3년간 크게 있지 않을까 싶은데, 그런 부분 때문에라도 일관된 투자 스타일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허 대표는 "여의도 최고령 매니저로서 새 세대에게 물려줄 때가 됐다.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지난 수십 년간 일관성을 유지해왔는데, 결과적으로 빛을 볼 날이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상임고문을 맡게 될 그의 목표는 가치 투자 원칙 고수다.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국내 주식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면 액티브 펀드 시장 역시 성장할 텐데, 가치 투자를 앞세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설명이다.

그는 "고문으로서의 1차 목표는 가치 스타일, 투자 원칙을 지키고 더 발전시키는 것"이라면서 "현재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규모가 120조 원이고 액티브 펀드가 한 20조 원 정도 된다. 수급상 봐도 이쪽이 바닥권이라 자금이 나갈 일보다는 들어올 일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변화가 있으면 고객들이 불안정하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런 부분은 없어야 한다"면서 "항상 투자는 일관성과 시간이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joongj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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